많은 국민들이 고금리로 허리가 휠 지경인데 금리 인상으로 고임금을 누리는 은행원들이 전면 파업에 들어갔다. 은행 노조들이 속한 전국금융산업노조는 16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1만 3000여 명(경찰 추산)이 참석한 가운데 총파업 결의 대회를 열었다. 하지만 시중은행 영업점 운영 중단과 같은 금융 대란으로 확산되지는 않았다. 17개 은행의 파업 참여율이 9.4%에 머무를 정도로 다수 조합원들이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일선 조합원들도 명분 없는 집단이기주의라는 비판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 노조는 임금 5.2% 인상과 주 36시간(4.5일) 근로제 도입, 정년 연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4대 시중은행의 평균 연봉이 1억 550만 원에 달하지만 이마저도 부족하다며 더 올려달라는 것이다. 그래 놓고 근로시간은 오히려 주 4시간이나 줄여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은행들은 지난해 7월부터 코로나19 거리 두기 정책에 동참한다며 영업시간을 1시간 단축해 고객들에게 큰 불편을 끼치고 있다. 근로시간을 다시 늘려도 시원찮을 판에 일은 덜 하고 월급만 더 받겠다고 억지를 부리고 있다. 은행들은 올 상반기 9조 9000억 원의 순이익을 올린 가운데 역대 최대인 26조 원의 이자 수익을 챙겼다. 예금·대출 금리 차이에 따른 이자 놀이로 손쉽게 돈을 벌면서 파업을 무기로 ‘철밥통’을 더 키우겠다는 것이다. 1869조 원의 가계 부채를 짊어진 서민들의 고통은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공장법 시대’의 고용 노동 시스템은 내부 근로자만 두텁게 보호해 시스템 밖 근로자와의 격차를 확대했다”면서 노동법제 전반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외환 위기 당시 공적 자금 지원으로 회생한 은행들이 지금은 취약 계층의 채무 조정을 도우면서 보답해야 할 때다. 그런데도 은행 노조는 미증유의 경제 위기에 고통 분담은커녕 자신들의 이익을 주장하는 데만 급급하고 있다. 이러니 염치없이 제 밥그릇만 챙기는 ‘떼법’ 횡포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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