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료품점을 운영 중인 자영업자 강 모씨(54). 몇 주 전 등에 발생한 통증이 좀처럼 가시질 않아 걱정이다. 강 모씨의 아버지는 몇년 전 87세 나이에 췌장암으로 판정되어 수술을 받았다. 가족력이 있는 만큼 "혹시 췌장암과 연관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니 더욱 신경이 쓰였다. 결국 병원을 찾은 강씨. 통증 양상을 묻는 질문에 "등 부위에 간헐적으로 움찔하게 1분 이내로 아픈 통증이 있고, 허리를 굽히거나 몸을 뒤틀 때 등 통증이 더 심해진다"고 답했다. 황달, 식욕부진, 체중감소, 지방변 등 다른 췌장암 의심 증상 등이 없는 점으로 미뤄볼 때 췌장 통증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는 소견을 들은 강씨. 정형외과 검사를 통해 근육통으로 진단되어 치료를 마쳤다.
실제 등 통증이나 황달이 갑자기 생겼을 때 췌장암이 아닐까 우려해 병원을 찾는 이들이 적지 않다. 췌장암은 예후가 좋지 않아 무서운 암으로 꼽힌다. 실제 2019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췌장암의 5년 상대 생존율은 13.9%에 불과하다. 췌장암 환자 9명 중 1명 정도만 5년 이상 생존하는 것이다. 하지만 등 통증은 매우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한다. 등 통증만으로 췌장암을 의심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등 통증으로 췌장암을 의심할 수 있는 경우는 어떤 특징이 수반돼야 할까. 주광로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보자.
◇ 등 통증, 부위 명확하고 잠깐씩만 아프면 “췌장암 아냐”
등 통증은 매우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한다. 등과 연결된 다양한 근육부터 대상포진 같은 신경질환, 심지어 심장 근육이나 갈비뼈에 문제가 있어도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등 통증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의 대부분은 신경성(과민성)이나 건강염려증, 운동 부족, 부인과 질환, 근골격 질환 등이 원인이다. 주광로 교수는 “췌장암 발생비율은 약 만 명당 한 명꼴로, 발병 가능성이 낮다”며 "사실상 등 통증이 있다고 해서 실제로 췌장암일 확률은 거의 없다”라고 설명했다.
물론, 등 통증이 전혀 관련 없는 것은 아니다. 췌장암으로 인해 등 통증이 발생하면 이미 3기 이상 진행된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 통증 위치는 췌장부위 즉, 명치 뒤쪽이며 아픈 부위가 명확하게 그어지지는 않는다. 통증이 시작되면 한 시간 이상 오래 지속되고, 간혹 다른 곳으로 뻗치는 방사통이 동반되기도 한다. 따라서 △등 한 곳을 명확히 콕집어 아픈 곳을 지적하는 경우 △스트레칭이나 등을 쭉 펴면 통증이 사라지는 경우 △허리를 돌릴 때 잠깐 순간적으로 아픈 경우는 대개 췌장암으로 인한 통증은 아니다. 또한 췌장암은 체중감소, 식욕감퇴, 당뇨, 췌장효소 부족으로 인한 묽은 변 등 다른 증상이 함께 나타나기 때문에 동반 증상을 함께 검토하며 진단을 내리게 된다.
◇ 췌장 낭종, 정기검사하면 암으로 발전하기 전에 완치 가능
등 통증 외에 췌장 낭종이 있다는 소견도 췌장암을 걱정하게 만드는 큰 요인이다. 모든 낭종이 암으로 발전하지는 않지만, 점액성 낭종이 있는 경우에는 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 만약 검진 시에 낭종 소견이 있으면 이후 주기적으로 검사가 필요하다. 주 교수는 “췌장 낭종이 단기간에 암으로 발전하지는 않는다"며 "여러 지표를 통해 암이 되는 시기를 예측할 수 있으로 정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해 제때에 치료하면 췌장암이 되기 전에 완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췌장 낭종을 제거해야 하는 경우, 요즘은 미세침습 수술인 복강경 수술을 이용해 낭종만 절제하거나 낭종이 뿌리에 생긴 경우 조금만 잘라낼 수 있다. 복강경 수술은 배의 근육 등 조직을 자르지 않고 구멍 하나만 뚫어 시술할 수 있어 통증이 적고 회복이 빠르다는 장점을 갖는다. 최근에는 낭종 부위에 항암제나 에탄올을 투여해 낭종을 괴사시키는 방법도 연구되고 있다. 다만 낭종의 형태에 따라 적응증이 안 되는 경우도 많고 에탄올 때문에 췌장 전체가 녹아내릴수도 있어 아직까지는 연구가 더 필요한 단계다.
◇ 정기적인 관심이 췌장암 예방의 첫 걸음
췌장 낭종이 갑자기 암으로 발전하지는 않는다. 또한 암으로 발전하는 속도가 매우 느리다면 당장 치료할 필요가 없는 경우도 많다. 그렇다고 해서 잊고 살라는 것은 아니다. 꾸준한 관심이야말로 췌장암을 예방하거나 조기 발견할 수 있는 첫 걸음이기 때문이다.
주 교수는 “췌장 낭종이 있어도 100세가 넘어야 암이 된다면 생활에 문제가 되지 않는 이상 굳이 치료할 필요가 없다"며 "그렇다고 해서 관심을 버리라는 것은 아니며 주치의와 함께 정기적으로 검사를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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