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남학생보다 여학생의 수학 과목 성취가 부족하고, 이는 부정적인 성 인식 때문이라는 유니세프(UNICEF·UN 아동기금)의 분석이 나왔다.
14일(현지시각) 유니세프는 세계 100여 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방정식 풀기: 여학생과 남학생의 수학 공부 돕기'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남학생은 여학생보다 수학 성적이 좋을 확률이 1.3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니세프는 “연구 결과 성별에 따른 수학 능력의 선천적인 차이는 없다”면서 수학 성적 격차는 '여성은 선천적으로 수학을 못 한다'는 교사와 학부모, 또래의 고정관념이 여학생들의 자신감을 훼손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34개 중·저소득 국가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초등학교 4학년 여학생의 75%가 기초적인 산수를 하지 못했다. 79개 중·고소득 국가의 데이터에 따르면 15세 여학생의 3분의 1이 수학의 기초를 익히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니세프는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보고서의 조사 대상이었다”면서 여학생이 학교에 가지 못하는 국가는 성별에 따른 수학 능력의 격차가 클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가정의 부유함도 수학 능력을 결정짓는 요인이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상류층에 속한 초등학교 4학년 학생은 빈곤층에 속한 같은 나이 학생보다 1.8배 수학을 더 잘했다. 부모가 대졸 이상의 학력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초졸 이하의 학력인 경우보다 수학·과학 성취도 평가(TIMSS)에서 2.6배 더 좋은 성적을 거뒀다. 어릴 때 조기교육을 받은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서 2.8배나 수학 학습 능력이 높았다.
또 보고서는 학교가 폐쇄되는 등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아이들의 수학 능력이 약화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유니세프는 “기초 수학을 배우지 못한 아이들은 문제 해결 및 논리적 추론과 같은 중요한 작업을 수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정부가 모든 아이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할 것을 촉구했다.
캐서린 러셀 유니세프 사무총장은 “여학생은 남학생과 동등한 수학 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들에게 부족한 것은 동등한 기회”라며 “(이를 가로막는) 성 고정관념과 규범을 없애야 하고, 모든 아이들은 학교와 삶에서 기초적인 학습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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