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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논단]과학기술 초격차 전략

김복철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이사장

국가·블록 간 기술패권 전쟁 확대

'미래 전략기술'이 국가 생존 결정

산학연, 전략 수립부터 함께 참여

대형 융합 R&D 실현시켜 나가야





지난 20세기 후반에 신자유주의 물결을 타고 진행된 세계화는 소위 ‘메이드 인 월드(made in world)’ 의 글로벌 분업 시스템으로 발전해 가장 싸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제품들을 생산하고 공급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공급망 구조는 21세기에 들어와 세계의 공장으로 꾸준히 몸집을 키워 온 중국에 대해 미국이 글로벌 기술 주도권 유지에 심각한 위협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급기야 2018년 3월 미국으로 들어오는 중국산 제품에 고율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신호탄으로 급격히 균열되기 시작했다. 이후 글로벌 공급망의 접근 방식은 시장 논리 대신 경제안보 논리로 바뀌었고 이는 글로벌 공급망 재구축 및 강대국 중심의 패권주의를 자극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급격한 환경 변화로 이제는 미래 전략기술 확보가 국가 생존을 결정하는 요소가 됐고 이는 국가 간, 블록 간의 기술패권 전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병법의 고전인 손자병법의 첫 구절은 이렇게 시작한다. “전쟁은 나라의 중대한 일이다. 죽음과 삶의 문제이며, 존립과 패망의 길이니 살피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손자병법을 저술한 손무(孫武)는 “전쟁은 개인의 영욕, 명예, 권력에 목적이 있지 않고 보민(保民)과 보국(保國)에 있다”고도 했다. 단순히 전투에서 승전보를 올리는 것이 전쟁에서의 승리가 아니라 국민과 나라를 지켜내는 것이 진정한 승리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보면 우리가 현시점에서 ‘글로벌 기술패권 전쟁’을 어떻게 대응해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분명한 철학을 구할 수 있다.



또한 손자병법에서는 “부전이승(不戰而勝)”, 즉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상책이고, 그다음은 “선승이후구전(先勝而後求戰)”, 즉 “이미 이긴 것과 다름없을 정도로 압도적 수준의 형세를 만들고 전쟁에 임하는 것”이 차선의 전략임을 가르친다. 이는 우리나라 대기업 삼성에서 오랫동안 추구해 온 ‘초격차 전략’과 정확히 대응한다고 볼 수 있다. 얼마 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방문했을 때 휴전선이 아닌 평택 반도체 공장으로 바로 달려간 것도, 그리고 첨단 반도체 시장에서 우리가 협상력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것도 압도적인 경쟁 우위를 갖는 초격차 기술이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 엄혹한 글로벌 기술패권 전쟁에서 압도적 형세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미래 핵심 전략 기술 확보에 적극 도전하고 글로벌 초격차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우리의 퍼스터 무버 전략이 돼야 한다.

필자가 근무하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에서는 소관 25개 과학기술 분야 정부 출연 연구기관이 국가적 임무를 수행하는 공공연구기관으로서, 초격차 핵심 전략 기술 확보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내기 위해 국가 전략 기술 분야별 전문가들로 구성되는 ‘연구개발전략위원회’를 곧 발족할 예정이다. 이제는 개별 연구 주체들의 파편화된 접근 방식으로는 초격차를 만들기 어려운 만큼 출연(연)을 중심으로 해당 전문 분야별 산학연 전문가들이 전략 수립의 주체로 함께 참여해 역할을 분담하고 이를 결집해 연구개발(R&D) 역량을 극대화하는 통합적 R&D 전략을 제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도출된 전략을 출연연과 대학·산업계가 함께 참여하는 대형 융합 R&D로 실현시켜 나간다면 앞서 이야기한 “부전이승”과 “선승이후구전”, 즉 싸우지 않고도 이기거나 이미 이겨놓은 형세를 확실하게 만들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우리는 60년 전 ‘과기입국’의 비전으로 온 국민이 국가 재건에 뛰어들었고, 뼈를 깎는 노력으로 세계 최빈국에서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선 세계적 혁신 국가다. 이제 손자병법의 과기보국(科技保國), 과기보민(科技保民)의 마음가짐으로 정부와 민간이 힘을 모아 과학기술 초격차 전략을 혁신적으로 이행해 나간다면, 향후 글로벌 기술패권 전쟁에서도 반드시 승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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