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배우가 주인공을 맡은 디즈니 영화 ‘인어공주(The Little Mermaid)’의 예고편이 공개된 가운데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예고편 속 흑인 배우를 백인으로 바꾼 영상이 등장해 논란이다.
뉴욕포스트·데일리메일 등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한 트위터 이용자가 영화 ‘인어공주’의 예고편 속 흑인 배우인 할리 베일리를 백인으로 바꿔놓은 영상을 게시했다가 트위터로부터 계정 활동 정지 처분을 받았다.
해당 영상을 트위터에 처음 소개한 누리꾼은 “AI 과학자의 공로 덕분”이라며 “그가 인어공주를 고쳤다. (흑인 인어공주를) 적갈색 머리카락을 가진 백인 소녀로 바꿨다”고 밝혔다. 영상을 보면 베일리의 피부색은 밝게 수정됐고 갈색 머리카락은 붉게 바뀌었다. 눈동자 색과 코의 모양 또한 수정됐다.
해당 영상을 접한 다른 누리꾼들은 흑인 인어공주에 반발한 인종차별적인 행위라고 반발했다. 이들은 “처음에 캐스팅 보고 의아했지만 이 영상은 아닌 것 같다”, “AI 기술을 악용해 배우를 희화화하고 인종차별적 분위기를 조장한다”, “피부색이 줄거리에 영향을 끼치지도 않는데 너무하다” 등의 반응을 남겼다. 국내에서도 “흑인 아이들이 보면 상처일 것 같다” “실사화가 마음에 안 들었지만 저건 인종차별이다” “모욕적이다. 선 넘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문제의 영상을 게재한 누리꾼은 논란이 계속되자 “(AI과학자가) 순전히 교육적인 목적으로 이를 만들었으니 인종차별이라는 오해는 말아 달라”며 “과학자는 인공지능이 할 수 있는 일과 그의 연구분야에 대해 보여주고 싶었을 뿐”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앞서 디즈니 측이 지난 2019년 베일리가 영화 '인어공주'의 주인공으로 캐스팅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부터 이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흑인 인어공주’를 두고 인종 다양성 존중을 위한 좋은 시도라는 반응이 있는 반면 원작 속 빨간 머리에 흰 피부의 주인공과 너무 달라서 억지스럽다며 난색을 보이기도 했다.
당시 디즈니 산하 채널 프리폼은 ’불쌍하고 불행한 영혼들에게 보내는 공개 편지’라는 장문의 글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인어공주’ 원작자는 덴마크 사람이고 애리얼은 인어다. 물 속 왕국에 살고 있으며 원하는 어디든 합법적으로 갈 수 있다”며 “애리얼이 덴마크 사람이라고 치자, 흑인 덴마크인도 있기 때문에 덴마크 인어도 흑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9일 예고편이 공개된 이후에는 이 같은 논쟁이 더욱 거세졌다. 예고편 영상의 댓글에는 세계 각국 팬들의 악플이 달렸다. 영국의 온라인 매체 ‘유니래드(UNILAD)’는 지난 13일 기준 예고편의 ‘좋아요’는 46만개, ‘싫어요’는 150만개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영화 ‘인어공주’는 1989년 개봉한 동명의 인기 애니메이션을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내년 5월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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