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장은 주변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척도가 되는 인플루언스 마켓입니다. 한국 시장을 바탕으로 주변 시장에 변주, 확장을 하는 경향이 보이고 있습니다.”
실리콘밸리 내 핵심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여러 스타트업의 액셀러레이터로 활동하며 ‘실리콘밸리 앰배서더’로 알려진 클라우스 베하게(사진) 10X이노베이션랩 공동 창업자는 13일(현지 시간) 진행된 서울경제와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인들은 자국 시장을 저평가하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 한국 시장은 핵심 시장에 해당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에어비앤비의 브라이언 체스키 창업자가 한국 이용자들이 애플리케이션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주의 깊게 보고 앱 개선에 적용했다는 사례를 꼽았다. 그는 “최근 미국과 중국 간의 긴장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 오히려 여러 기업들이 한국 시장에 문을 두드리거나 외국 자본이 한국 시장으로 향할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표적인 글로벌 기업으로 기업용 채팅 서비스 센드버드와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 라인을 언급했다.
베하게 창업자는 10X이노베이션랩을 통해 직접 50개국 2000여 명의 창업자와 기업가를 컨설팅하며 기업의 글로벌 진출 방식에 문제의식을 갖게 됐다. 많은 기업이 말로는 현지화를 외치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이유를 찾기 위해 많은 이들을 인터뷰하고 ‘글로벌 클래스’라는 책을 펴냈다. 그는 이 시점에 글로벌 기업에 대한 이야기를 펴낸 이유로 “팬데믹 이후 글로벌 기업이 진출하는 방식도, 글로벌 기업을 정의하는 방식도 달라졌다”며 “맥킨지, 베인,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등 컨설팅 회사들이 짠 글로벌 진출 방식이 통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강조했다. 특히 ‘전 세계 50개국 동시 출시’ 등 기존의 일괄적 글로벌 진출 방식 자체는 통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많은 이들이 현지화를 시도하지만 실패하는 데 대해 기존의 홈 마켓, 본사의 개념은 그대로 둔 채 본사가 구성한 팀과 전략으로 시장을 공략하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기업을 초기에 성공으로 이끌었던 방식에 집착해 이를 새로운 시장에도 고집하면 실패로 끝난다”며 “처음부터 글로벌하게 성공적으로 시작할 수는 없지만 글로벌하게 생각할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본사라는 개념 자체가 일종의 편향(bias)을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삼성을 언급하며 “훌륭한 회사지만 본사 중심의 ‘코리안 웨이’가 있다”며 “각 지역 레벨에서 본사의 전략과는 다른 유연성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 영국과 호주처럼 같은 언어권이라도 문화가 완전히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언어의 동질성을 시장의 동질성으로 오해하면 크게 실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지의 문화를 고려해 팀을 구성하고 지역별로 운영 방식을 다르게 하는 것이 글로벌 기업으로 향하는 출발선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그는 커리어 기반 소셜미디어 링크드인의 사례를 들었다. 링크드인은 일본에서 이용률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그 원인을 찾던 중 ‘일본인들은 이직 의향이 있는 것처럼 비쳐지는 게 싫어 이용을 꺼린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에 링크드인은 마케팅 방식을 ‘본업을 더욱 잘하기 위한 플랫폼’으로 바꿨고 이용자 규모가 크게 늘어나는 성과를 거뒀다.
해당 지역의 인프라를 이해하고 이에 맞게 제품을 재설계하는 방식도 현지화에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인도의 경우 링크드인이 진출할 때 당시 2세대(2G) 통신 네트워크만이 구현되고 있었다. 이에 기존 이미지 중심의 소통 방식을 내려놓고 텍스트 기반으로 앱을 재설계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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