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관석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은 21대 국회 후반기 산자위원장을 맡은 지 한 달 만에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라는 큰 과제를 떠안게 됐다. 서둘러 미 의회에 산자위원들을 보내고 ‘IRA 우려 결의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지만 여전히 국회 차원에서 해야 할 일이 많다고 윤 위원장은 강조했다.
윤 위원장은 19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IRA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강조한 한미 경제안보 동맹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윤 위원장은 “바이든 대통령이 방한 당시 한미 경제안보 동맹이라고 말한 것에 대한 화답 차원에서 현대차는 미국에 공장 설립까지 약속했는데 갑자기 IRA가 나오면서 한국 산업이 타격을 받고 있다”며 “IRA로 인해 한미 간 협력과 신뢰에 상당한 어려움이 왔다는 점을 미국 행정부와 관련 부처, 의회에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최근에는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만나 정부 차원의 종합적 대응 등을 주문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의 대처도 미흡했다고 평가했다. 윤 위원장은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방한 당시 윤 대통령이 직접 만나 우리의 의견을 정확하게 전달했으면 우리 산업이 받을 타격도 완화할 수 있었는데 사실상 IRA를 막기 위한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간 항의 서한을 보내거나 미국무역대표부(USTR)에 입장을 전달하는 정도에 그쳤다”면서 “대응이 소극적이었고 판단 착오도 있었다. 외교·경제·안보 측면에서 윤석열 정부의 부족함이 드러난 사례”라고 짚었다.
윤 위원장은 “우선 IRA 법안 시행 유예라도 이끌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미국 내에서도 IRA가 자유무역협정(FTA)을 무력화시킨다는 등의 이유로 찬반이 엇갈린다는 평가가 있는데 중간선거 이후 법안 개정이 가능한지 살피면서 미국 내 반대 여론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법안 재개정 등의 역할은 미 의회의 몫인 만큼 향후 대응을 정부에만 맡길 게 아니라 국회 차원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의원 외교를 펼쳐야 한다. 이 점에 대해서는 김진표 의장과도 소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IRA 대응뿐만 아니라 글로벌 추세에 맞는 탄소 중립 중심의 에너지 정책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재생에너지 비중을 축소하는 윤석열 정부의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대한 우려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셈이다. 윤 위원장은 “탄소국경조정제도도 도입되고 있고 통상 압력은 가해오는데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RE100도 확실히 해야 하고 탄소 중립도 해야 한다”면서 “에너지 정책은 이념적인 문제가 아니다. 문제가 있는 것은 조정해야겠지만 (무조건적으로)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공격하는 방식으로는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반도체특별법’에 대해서도 “반도체를 포함한 국가 전략산업 육성을 목적으로 하는 ‘국가첨단전략산업법’이 제정돼 지난달부터 시행되고 있다”며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고 지원하는 제도가 이제 막 시행된 상황에서 제도의 효과성 분석도 없이 속도전으로 밀어붙이는 것에 대한 찬반 의견이 있다. 기업 감세를 하면 투자가 늘어난다는 논리를 견지해온 기획재정부가 반대로 가닥을 잡은 이유를 들여다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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