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인접한 대단지 ‘엘·리·트(잠실엘스·리센츠·트리지움)’ 가운데 잠실엘스의 국민평형 매매가격 20억 원 선이 붕괴됐다. 이들 단지는 2019년 말~2020년 상반기에 잇따라 전용 84㎡가 20억 원을 돌파하며 ‘20억 클럽’에 이름을 올렸으나 다시 2년여 전으로 돌아가는 모습이다. 리센츠와 트리지움도 호가가 20억 원 초반대로 내려온 가운데 이번 거래가 심리적 저항선을 무너뜨리는 트리거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잠실엘스 ‘20억 클럽’ 반납=20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잠실엘스(전용 84㎡·7층)는 지난달 27일 19억 5000만 원에 중개 거래가 이뤄졌다. 이는 같은 달 19일 동일 면적 매매가격 22억 2000만 원(14층)에 비해 일주일 만에 2억 7000만 원 떨어진 것이다. 최고가였던 지난해 10월 27억 원(14층)보다는 1년 새 7억 5000만 원이 내렸다. 앞서 잠실엘스는 지난달 말 전용 84㎡가 19억 5000만 원에 매물로 나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사정이 있는 ‘급급매’로 보인다”면서도 “이번 거래로 잠실 주요 단지 국민평형 시세의 마지노선이던 ‘20억 원’이 깨져 인근 단지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인근 리센츠와 트리지움 전용 84㎡ 호가는 현재 20억 원 초반 수준이다. 지난달 20억 8000만 원에 거래된 트리지움 전용 84㎡는 호가가 20억 원까지 떨어졌다. 올 5월 22억 5000만 원에 손바뀜된 리센츠 전용 84㎡도 최근 호가가 20억 5000만 원에 머물러 있다.
◇대단지 몰린 송파 ‘급매’ 출현 잦아=서울 강남3구 중에서도 송파구 아파트값이 유독 하락세가 거센 모습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서울 송파구 아파트값은 0.44% 내리며 강남3구 중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같은 달 강남구는 0.17%, 서초구는 0.07% 하락한 것과 대조적이다. 송파구 아파트값은 이달 들어서도 주간 단위로 첫째 주 0.16%, 둘째 주 0.18% 내리며 그 폭이 점점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송파구의 하락 폭이 유독 큰 이유로 대단지 아파트가 몰려 있는 점을 꼽았다. 대단지일수록 매물이 많고 가격 낙폭도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경제가 부동산R114에 의뢰한 ‘가구 규모별 서울 아파트의 매매가격 변동률 월간 추이’에 따르면 대규모 단지일수록 아파트값이 빠르게 떨어졌다.
부동산R114 기준 서울의 1500가구 이상 아파트의 가격 변동률은 6월 -0.10%, 7월 -0.22%, 8월 -0.23%를 기록한 반면 300가구 이하 아파트는 6월 0.09%, 7월 0.06%, 8월 -0.01%를 기록했다.
잠실엘스(5678가구)와 리센츠(5563가구), 트리지움(3696가구)은 모두 잠실새내역 인근에 위치해 있으며 세 단지 가구 수 합만 약 1만 5000가구에 달한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대규모 단지가 몰려 있다 보니 비슷한 매물 수가 많고 그만큼 적체도 심하다”며 “그중에 사정이 급한 집주인이 있을 확률이 높아 ‘급급매’가 출현하는 빈도도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길어지는 관망세…분양 전망도 역대 최저=한편 매수자들의 관망세가 짙어지며 아파트 분양 경기 전망도 역대 최저 수준으로 악화됐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이달 전국 아파트 분양전망지수는 43.7을 기록해 지난달(61.3) 대비 17.6포인트(29.4%) 하락했다. 이는 2017년 11월 관련 조사가 시작된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분양전망지수는 주산연이 주택 사업자 500여 곳을 대상으로 분양을 앞두고 있거나 분양 중인 단지의 여건을 조사해 수치화한 지표로 지수가 100.0을 초과하면 분양 전망이 긍정적, 100.0 미만이면 부정적임을 의미한다.
주산연은 “금리 상승에 대한 부담감, 불확실한 경제 상황 등이 겹치면서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예견됨에 따라 아파트 분양 사업자들의 심리가 크게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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