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에서 한 20대 여성이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됐다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여성의 자유 증진과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시위가 이란 전역에서 확산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22세 여성 마흐사 아미니는 지난 13일 테헤란에 있는 친척 집에 방문했다가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붙잡혔다.
유족들은 그가 경찰차에 실려 구치소로 끌려가던 과정에서 심한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건강했던 마흐사가 경찰 체포 이후 몇 시간 만에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채로 병원에 실려갔고, 곧 사망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조사과정에서 폭력을 쓴 적이 없고 해당 여성이 심장마비로 숨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해명했으나, 유족은 마흐사가 평소 심장질환을 앓은 적이 없다고 반박하고 나서면서 논란은 더욱 확산하고 있다.
이 사건이 발생한 뒤 이란의 수도 테헤란을 포함해 최소 4개 도시에서 시위가 발생했다. 시위에 참석한 여성들은 착용이 의무화된 히잡을 벗어 손에 들고 흔들었다.
테헤란 대학교에서도 학생 수십 명이 시위에 나섰다.
학생들은 “쿠르디스탄에서부터 테헤란까지 이란이 피를 흘리고 있다”는 구호를 외쳤다.
일부 여성들은 히잡을 벗어 태우거나 자신의 머리카락을 자르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기도 했다.
한편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지난 18일 유족과의 전화 통화에서 철저한 진상조사를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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