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토니우 구테흐스 국제연합(UN)사무총장이 "신뢰가 붕괴하고 불평등은 폭증하고 있으며 우리의 지구는 불타고 있다"며 세계가 직면한 문제를 강도 높게 경고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20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유엔세계본부에서 열린 77차 UN정기총회 연설에서 "우리 세계는 지금 위험하며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마비상태에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열린 정기총회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3년만에 오프라인으로 개최됐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세계 각국 정상이 오랜만에 모인 자리에서 구테흐스 총장이 국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각국의 노력을 강도 높게 촉구한 셈이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우리는 거대한 세계적 기능장애에 갇혀있다"며 "국제 사회는 기후변화와 빈곤, 전쟁과 같이 세계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준비가 되어 있지도, 의지도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유엔헌장과 헌장에 담긴 이상은 지금 위기에 처해있다"며 "우리는 행동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관심과 노력을 거듭 촉구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의 이같은 발언은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무력 침공한 이후 전쟁이 7개월 째 이어지는 가운데 나왔다. 국제사회는 이미 러시아의 침공 이후 6000명 이상의 민간인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난민으로 유럽 곳곳에 건너갔다. 특히 유엔 측은 전쟁에 따른 세계 식량 부족 문제도 우려하고 있다. 200일이 넘는 전쟁으로 인해 이미 가뭄과 폭염 등 이상 기후로 경색된 세계 식량 생산은 더욱 타격을 입었으며 공급망이 교란됐기 때문이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지정학적 분열은 유엔 안보레의 업무와 국제법과 민주주에 대한 신뢰와, 사람들 사이의 믿음을 훼손하고 있으며 국제 협력을 저해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대로 갈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전쟁과 함께 세계 지도자들이 기후 위기와 성 불평등, 빈곤, 평화 등에 관심을 가지고 정책을 추진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세계의 일원으로서 국제 연합으로서, 하나가 되어 함께 노력하자"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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