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의 옷차림에서 장신구가 사라졌다. 김 여사는 지난 북대서양조양기구(NATO·나토) 회의 당시 ‘패션 외교’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화려한 의상을 선보였지만 최근 야당을 중심으로 고가 장신구 의혹이 불거지자 이번 해외 순방에서는 불필요한 논란을 줄이려는 것으로 보인다.
20일(현지 시간) 김 여사는 미국 뉴욕 시내의 한 연회장에서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뉴욕 동포 간담회에 흰색 저고리와 연보라색 치마의 한복을 입고 참석했다. 역대 영부인들이 해외 동포 간담회에서 한복을 입는 전례에 따른 것이다. 김 여사는 목걸이·팔찌 등 눈에 띄는 장신구는 착용하지 않고 왼쪽 가슴에 태극기 배지만 달았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한복을 입을 때 즐겨 달던 노리개도 없었다.
김 여사는 19일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장례식에 참석했을 때도 특별한 장신구가 없는 검은 옷차림이었다. 런던 방문 때는 조문을 위한 자리였던 만큼 장신구 착용을 삼갔다는 해석이 나왔지만 이후 뉴욕 방문, 유엔총회 등 현장에서도 태극기 배지를 제외하면 장신구를 최대한 배제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김 여사가 윤 대통령의 해외 순방 성과를 가리지 않기 위해 일부러 눈에 띄지 않는 행보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7일 “공직자 재산 신고에 김 여사의 장신구를 누락했다”며 윤 대통령을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죄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까지 한 상태다. 김 여사 입장에서는 나토 회의 참석 때처럼 화려한 장신구로 주목 받을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김 여사의 단독 일정도 없다. 김 여사는 앞서 나토 회의 때 스페인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K패션 전시회를 찾거나 마드리드의 한인 식료품점을 방문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에 따르면 김 여사는 이번 순방에서 해외 동포 간담회 등 일반적으로 대통령 부인이 동행하는 일정만 수행할 예정이다.
한편 김 여사의 패션에 대한 부정적 관심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친야 인사들을 중심으로 김 여사가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 때 검은 베일이 달린 모자를 착용한 것이 예절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검은 베일은 왕족들만 써야 하는데 김 여사가 이를 몰랐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영국 왕실이 각국에 영부인의 드레스 코드로 검은 모자를 착용해줄 것을 당부한 것으로 파악됐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부인인 브리지트 여사 등 영부인들이 검은 베일이 달린 모자를 쓴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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