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는 음악이 있었기 때문에 모든 이야기가 풍성해졌다고 생각해요. 음악의 도움으로 기쁨과 슬픔 같은 감정을 더 편안하게 오갈 수 있어서, 어색하지 않았어요. 찍는 내내 행복했고, 좋아하는 이야기에 음악이 함께 해서 더 좋았어요. 빨리 보여주고 싶었던 영화예요.”
28일 개봉하는 국내 첫 주크박스 뮤지컬(인기 대중음악으로 만든 뮤지컬) 영화인 ‘인생은 아름다워’는 배우 염정아의 입장에서 소원 성취한 작품이다. 그는 오래 전부터 기회가 있을 때마다 뮤지컬 영화를 해 보고 싶다고 말해 왔는데, 이번 영화에서 폐암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주부 세연 역할을 맡아 화면 속에서 마음껏 노래하고 춤춘다.
21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염정아는 “영화를 보면서 ‘저 때 정말 열심히 했구나’ 느꼈다. 다시 하라고 하면 한참 연습해야 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또 도전해보고 싶은지 묻자 그는 “힘들지만 좋은 작품 기회가 온다면 도전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는 세연이 앞으로 두 달밖에 살지 못한다는 진단을 받고 자신의 첫사랑을 찾아 남편 진봉(류승룡)과 함께 고향 목포를 비롯해 부산, 청주, 보길도 등을 돌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신중현 ‘미인’, 이문세 ‘조조할인’, 이승철 ‘잠도 오지 않는 밤에’, 임병수 ‘아이스크림 사랑’, 토이 ‘뜨거운 안녕’, 이적 ‘다행이다’ 등 중장년층 이상에게 익숙한 곡들이 퍼포먼스와 함께 지나간다. 평소 몸이 뻣뻣해 춤을 잘 못 췄던 탓에 류승룡과 함께 크랭크인 몇 달 전부터 촬영하면서도 계속해서 연습했다는 염정아는 “‘미인’의 퍼포먼스를 보면서 ‘내가 저렇게 했구나, 연습했으니 가능했지’ 싶었다”고 돌아봤다.
더 힘들었던 건 노래로, 염정아는 “노래 녹음이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극중 뮤지컬 넘버의 대부분이 염정아가 부른 곡이다. 촬영과 녹음을 합해 1년간 작품에 매달렸던 그는 “특히 ‘잠도 오지 않는 밤에’는 음계를 여러 개 잡고 연습하는데도 고음이 안 되는 거다. 연습하니까 힘들게 되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렵게 작업한 결과물이라 전반적으로 만족도가 높다”며 가장 마음에 드는 곡으로 엔딩 크레딧과 함께 나오는 ‘세월이 가면’을 꼽았다.
영화를 시사회에서만 네 번이나 봤다는 그는 “볼 때마다 감정이입해서 울었다”고 말했다. 중년 부부의 이야기다 보니 부부 간 관계, 자녀와의 소통 등 일상생활 장면 곳곳에 비슷한 연령대 관객이 공감할 요소들이 보인다. 염정아는 전날 열린 일반시사회에서도 영화를 봤다며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가고도 자리에 어머님들이 생각이 많아지신 듯, 자리에 가만히 계신 분들이 많이 보였다”고 말했다.
영화는 죽음이 중심 소재임에도 전반적으로 밝은 분위기에서 감정을 최대한 절제한 연출이 돋보인다. 염정아 역시 “‘눈물 머금은 웃음’과 함께 보내줄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점이 이 작품의 매력”이라고 강조했다.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해 본 적 있느냐는 질문에는 “죽은 후에 장례식장이 아니라 죽기 전 잔치에서 사람들과 웃으며 인사하는 장면을 찍으면서, 현장에서도 ‘죽기 전에 이런 식으로 보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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