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역 스토킹 살해 피의자 전주환이 범행 전 피해자를 다섯 번 찾아간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에 따르면 전 씨가 피해자를 찾아갔던 것은 ‘피해자를 만나기 위해’ ‘합의하기 위해’ ‘용서를 구하기 위해’ 등의 목적이었다. 8월 18일 구형 이후에는 ‘여차하면 죽여야겠다’는 결심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씨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상 보복 살인 혐의로 21일 오전 서울 중앙지검에 송치됐다. 이날 오전 7시 30분께 서울 남대문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온 전 씨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포토라인에 섰다. 불법 촬영과 스토킹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물음에 전 씨는 “정말 죄송하다”고 답했다. ‘죄송하다’는 말 외에 할 말이 없느냐는 질문에는 “제가 진짜 미친 짓을 했다. 죄송하다”고 답했다. 보복 살인 혐의를 인정하느냐, 피해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물음에도 “정말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경찰은 이날 서울 중부경찰서에서 열린 백브리핑에서 전 씨가 14일 범행 전 4일 동안 총 다섯 차례에 걸쳐 피해자를 찾아갔다고 밝혔다. 경찰은 “전 씨가 9월 5일·9일·13일에 각각 한 번씩, 그리고 14일 범행 당일에 두 번 피해자를 찾아갔다”고 밝혔다. 경찰은 “전 씨가 범행을 결심한 것은 8월 18일 이후”라며 “18일에는 구체적으로 살해를 결심한 것은 아니고 ‘일단 만나서 합의를 봐야겠다’ ‘여차하면 죽여야겠다’는 복합적인 심정이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여차하면’이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지, 피해자와 합의가 되지 않는 경우를 의미하는 것인지 묻는 질문에 “범행 당일은 이미 최종 결심을 한 후였고 이날은 피해자와 대화하려는 시도 없이 바로 제압해서 살해했다”고 답했다.
전 씨의 범행은 피해자의 고소로 재판을 받게 됐고 징역 9년을 구형받은 것이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전 씨가 피해자 때문이라는 원망에 사무쳐 범행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어 “수사 결과로도 이러한 동기로 인한 것으로 보여 ‘보복 살인’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전 씨가 범행 당일 이전에 흉기를 들고 갔는지 여부는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전 씨의 진술에 따르면 전 씨가 범행 이전에 피해자를 찾아갔을 때도 샤워캡과 장갑은 챙겨간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5일·9일·13일에는 샤워캡과 장갑도 가져갔다”고 밝혔다. 경찰은 “전 씨는 샤워캡의 경우 피해자를 만나 이런저런 마찰이 생기는 과정에서 머리카락이 빠질까 봐 우려돼서 챙겼다고 진술했고 장갑은 한 켤레가 아니라 여러 켤레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는데 일할 때 쓰려는 의도라고 말했다”고 부연했다.
서울중앙지검은 경찰에서 송치받은 ‘신당동 역무원 살인 사건’과 관련해 팀장인 김수민 형사3부 부장검사를 포함해 4명의 검사로 이뤄진 전담수사팀을 꾸렸다. 검찰은 “철저한 보강 수사를 통해 엄정 대응하고 피해자(유족) 지원에도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형사소송법에 따라 최대 20일간 보강 조사를 한 뒤 전 씨를 기소할 방침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