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문제는 현재 대한민국에 산적한 정치 현안에서 가장 우선순위가 높은 것 중 하나이다, 문재인 정부 이전의 비정규직 비중은 임금근로자의 1/3 정도였다. 하지만, 문 정부 시절인 2019년부터 급증하더니 작년에는 38.4%를 기록하며 800만명을 넘었다.
비정규직 급증의 원인은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정부에서 비정규직을 없애겠다며 시행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도 한몫했다. 문 정부는 한편으로는 최저임금의 급상승과 인위적 일자리인 노인재정일자리 양산을 통해 비정규직 증가를 야기시키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비정규직 제로를 주장한 것이다. 이러한 앞뒤 맞지 않는 막무가내 정책의 결과, 비정규직은 급증할 수밖에 없었고, 청년층에게는 정규직 채용 기준에 대한 공정성의 시비를 각인시켰다.
더불어 문 정부는 정책실패로 인해 2019년 비정규직이 전년보다 87만명 가량 폭증하자, 통계설문의 변경 때문에 늘어난 것이라는 치졸한 변명을 한 바 있다. 다행히 이러한 통계 왜곡에 대해 감사원 감사가 연말 전에 예정되어 있다.
한편, 우리나라의 비정규직(non-regular workers) 정의는 전 세계적으로 유일하며, 독특한 방식이기 때문에 조사와 분류 방식도 정말 어렵다. 통계 분류상 정규직은 ‘비정규직이 아닌 근로자’로 정의된다. 비정규직은 ⑴ 한시 근로자 ⑵ 시간제 근로자 ⑶ 비전형 근로자로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진다. 비전형 근로자는 다시 용역, 파견, 일일, 가정 내 근로, 특수형태 등 다섯 가지로 나누어지며, 시간제 근로자는 통상 평소 1주에 36시간 미만 일하는 근로자를 의미한다. 한시 근로자는 비록 고용이 계속되고 있지만, 근로계약이 단순히 반복하여 갱신되거나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계약 만료 이전에 해고가 가능한 경우를 의미한다.
그러나 위 분류는 20년 전에 행해진 것으로 지금의 사회 통념이나 국제기준과는 맞지 않다. 먼저 주 40시간 시대에 자발적으로 1주에 36시간 미만 일하는 시간제 근로자를 전부 비정규직으로 분류하고 있다. 두 번째로 용역근로자의 경우 그 근로자가 소속된 곳에서는 정규직일 수도 있음에도 모두 비정규직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한, 임금근로자와 자영업자 성격이 혼재되어 있어 그 명칭을 특수형태업무종사자(특고)라 하였는데 무조건 비정규직으로 분류하고 있다. 모두 20년 전 과거에는 맞았을지 모르나 지금은 맞지 않다.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은 비정규직의 분류기준을 시대적 변천을 반영하고 국제기준에 부합되게 바꾸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국제기준 분류는 임시직근로자(temporary workers)라 하여 위에서 지적한 시간제 근로자와 특고, 그리고 한시근로자의 일부와 용역근로자는 포함시키지 않는다. 비정규직의 정의와 분류를 제대로 한 후에 같은 일을 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그리고 정규직 내에서 무기계약직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차별을 철폐해야 한다. 그리고 끝으로 사회안전망 강화를 기반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과도한 고용보호격차를 해소하는 것이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는 올바른 순서이며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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