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등학생들이 배울 ‘2022년 개정 교육과정 시안’에서 ‘자유경쟁’이라는 표현이 삭제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시안은 문재인 정부가 꾸린 정책 연구진이 만든 것이다. 한국사에 이어 경제 분야에서도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흔들려는 시도라는 비판이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21일 “초중고 학생들이 경제에 대한 균형적 시각을 기르기 위해 기존 교육과정에 포함된 ‘자유경쟁’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는 의견서를 교육부에 전달했다.
교육과정은 교과서 집필 기준이자 교사 수업의 지침이다. 교과서 집필 기준에서 자유경쟁을 쏙 빼놓으면 자유와 창의를 존중하는 시장경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어줄 우려가 크다. 초등 사회과(6학년)의 경우 ‘자유경쟁과 경제 정의의 조화를 추구하는 우리나라 경제체제의 특징을 설명한다’에서 자유경쟁이라는 대목이 삭제됐다. 대신 ‘노동자의 권리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탐색한다’는 내용이 새로 포함됐다. 중학교 사회과 교육과정(3학년)도 ‘자유시장경제에서 기업의 역할과 사회적 책임을 이해하고’에서 ‘자유시장경제’라는 단어를 뺐다. 반면 고등학교 교양과목 ‘인간과 경제 활동’에서는 ‘소득분배’를 강조한 문장이 들어갔다.
얼마 전 공개된 ‘한국사 교육과정 시안’은 ‘자유민주주의’와 ‘6·25 남침’ 표현이 사라져 역사 왜곡 논란에 휘말렸다. 1948년 8월 15일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일’로 표현해 대한민국의 건국 의미를 ‘정부 수립’으로 격하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20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자유와 연대로 글로벌 위기를 극복하자”며 ‘자유’를 21차례나 언급했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법치주의 등의 헌법 가치를 앞세운 정부에서 편향된 교육과정을 방치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교육부는 각계의 의견을 수용해 이념에 치우친 교육과정 시안을 조속히 바로잡아 헌법 가치를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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