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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DK "요즘 누가 디셈버 기억하냐고? 내가 돌보고 싶은 이름"

가수 디셈버 DK가 서울경제스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김규빈 인턴기자




[인터뷰①] 디셈버 DK "피 토하며 노래 못해…가수 생명 끝난 줄 알았죠"에 이어서…

가수 디셈버 DK에게 음악은 애증이다. 의사가 더 이상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면 안 된다고 할 정도로 노래를 사랑했지만, 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상태가 되면서 가장 싫어하는 존재가 됐다.

“음악에 화풀이를 하게 되더라고요. 어느 순간부터 음악 영화도 싫어지고 뮤지컬도 안 봤어요. 한때는 연주 음악만 듣기도 했어요. 뜻대로 안 되니 다른 가수들도 미워지는 삐뚤어진 마음이었죠. 계속 잠식하고 스스로를 갉아먹었어요. 정서적으로 힘들었던 거예요.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너무 얄팍한 배설이었고 지금은 극복했어요.”

전화위복이라고 했던가. 목에 이상을 감지한 뒤 보컬 방식에 대해 더 연구하게 됐고, 무엇이 잘못인지 깨달았다. 가수라는 직함을 내려놓고 보컬 트레이너에게 혼나면서 하나부터 열까지 배워갔다. 그러면서 보컬이 더 풍부해졌다.

“예전에는 확실히 힘이 많이 들어가고 정서적으로 감정 표현을 하기보다 테크닉적으로 담으려고 한 게 많았어요. 노래할 때 생각이 많았죠. 이제는 나이도 들었고 점점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면서 받아들이는 그릇이 커졌어요. 배움에 대해 받아들이게 되는 거예요. 고집스러웠던 시절이 후회돼요. 덕분에 예전보다 호소력 있고 음역대도 높아졌어요.”

가수 디셈버 DK / 사진=김규빈 인턴기자


세상을 넓게 보는 시야가 생긴 DK에게 변하지 않는 신념이 있다. 현재진행형인 가수이고 싶은 것. 과거로 남고 싶지도 않고, 과거를 지우고 미래로 가고 싶지도 않다.

“제가 TV에 안 나오니까 오랜만에 보는 분들이 JTBC ‘슈가맨’에 한 번 나가보라고 하더라고요. 실제로 섭외가 한 번 오기도 했어요. 근데 저는 죽어도 안 나간다고 했어요. ‘슈가맨’은 한때 유명했지만 이제는 가수 활동을 안 하는 분들을 불러 추억을 소환하는 거잖아요. 그때 전 드라마 OST도 하고 있을 때였거든요. 제가 방송을 고를 위치는 안 되지만 현재 활동하고 있는 가수들을 조명하는 프로그램에 나가고 싶었어요.”

홀로 활동하고 있지만 디셈버라는 이름을 놓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혹자는 ‘요즘 누가 디셈버 기억하냐’고 할 수 있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 시간과 이름이 가여웠다”며 “단지 이름일 뿐이고 내가 곧 디셈버였지만, 아무도 돌보지 않는 디셈버를 나라도 돌봐야겠다 싶었다”고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가수 디셈버 DK / 사진=김규빈 인턴기자


그에게 가수로서 현재를 살 수 있게 한 힘은 딱 하나였다. 묵묵히 곁을 지켜준 팬들이다. 무너지고 있을 때 버팀목이 되준 건 부모님도 주변인도 아닌 팬들의 한마디 덕분이었다.

“특별한 감동 문구가 아니라 ‘DK 행보에 우리가 항상 함께 하겠다’는 마음을 있는 그대로 표현해 주는 글이에요. 그걸 보면서 ‘나를 이렇게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는데 어떻게 포기해. 내가 만들어놓은 감정이니 책임져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가수들이 어디 나가서 팬들밖에 없다고 하잖아요. 전 그런 게 다 믿겨요.”

항상 고마운 팬들을 위해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캠프를 준비했다. 오는 24~25일 강원도 리조트에서 함께 1박2일을 보내며 대화도 나누고 노래도 들려줄 계획이다. 3년 전 혼자 기획하고 진행했던 캠프의 2탄이다. 최근에는 발 벗고 나서 일을 도와주는 전문가들을 만나 수월해졌다. “대한민국에 이렇게 가수랑 함께 노는 캠프는 없을 것”이라고 말하는 DK의 얼굴에 자부심이 가득했다.

“해외 팬들을 위한 패키지 같은 게 있는데 가수를 볼 수 있는 시간은 한정적이거든요. 디셈버 일본 팬들과 그렇게 해본 적이 있는데 제가 느끼기에 큰 의미가 없었어요. 그래서 스스로 캠프를 기획했죠. 참가비도 파격적으로 줄였고요. 이익 남는 건 생각하지 않아요. 팬들과 제가 평생 남을 수 있는 추억을 만드는 거예요.”(웃음)

10~11월에는 새 앨범을 내고 전국 투어를 할 예정이다. 직접 기획하는 만큼 색다른 방식의 투어를 계획하고 있다. 5.5톤 윙트럭을 타고 다니면서 버스킹을 하는 것이다. 어떤 가수들도 쉽게 하지 못한 방식이다. 그만큼 설렘과 기대가 공존하고 있다.

가수 디셈버 DK / 사진=김규빈 인턴기자


위기를 기회로 만든 DK. 몇 번의 시행착오는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됐고 새로운 꿈을 꾸게 만들었다. 직접 모든 기획을 하다 보니 엔터테인먼트 제작에 대한 목표가 생겼다.

“가수하면서 제작하는 분들이 많잖아요. 박진영 선배님처럼 최고의 자리에 올라가신 분들도 있고요. 전 초대형 기획사를 꿈꾸는 것은 아니고 레이블을 갖고 후배를 양성하거나 앨범을 제작하는 것이 눈앞에 있는 목표예요.”

“팬들과 가까이에서 호흡하고 인간적인 모습 보여주는 것은 이뤘어요. 천성이거든요.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살면 될 것 같아요. 10년 정도 가수 생활을 한다고 내다봤을 때 최고의 욕심은 전 국민에게 사랑받는 인생곡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지금 규모의 10배 이상의 콘서트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대형 가수가 되는 게 목표예요. 전국 투어 콘서트를 할 수 있는 가수가 되고 싶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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