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KAIST) 연구진이 와인의 떫은 맛을 이용한 모발 이식 접착제 개발에 성공했다. 이를 사용하면 모낭 없는 잘린 머리카락도 피부에 고정할 수 있게 된다.
카이스트 서명은·이해신 교수 연구팀은 탄닌산(tannic acid)과 생체 적합성 고분자를 섞어 생체 친화적 의료용 접착제를 만들어냈다고 밝혔다.
폴리페놀의 일종인 탄닌산은 와인의 떫은 맛을 느끼게 하는 성분으로 과일 껍질·견과류·카카오 등에 다량 함유돼 있다. 접착·코팅력이 강해 다른 물질과 빠르게 결합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와인을 마실 때도 탄닌산이 혀에 달라붙어 떫은맛이 난다.
물에 녹는 고분자와 탄닌산을 섞으면 젤리처럼 끈적이는 코아세르베이트가 생기지만 액체 상태여서 버틸 수 있는 힘에 한계가 있었다. 이에 연구팀은 두 종류의 생체적합성 고분자를 재조합해 접착력을 높이는 방법을 찾아냈다. 물에 녹지 않는 폴리락트산(PLA)과 친수성인 폴리에틸렌글라이콜(PEG)을 활용한 것이다.
PLA·PEG를 조합한 것과 탄닌산을 섞자 접착력이 강해졌다. 입자가 고체처럼 작동해 훨씬 강한 힘을 버틸 수 있게 됐다. 연구팀은 이 결과물이 단일 고분자보다 10배 이상의 무게를 지탱할 수 있으며 열처리 후에는 60배를 견뎌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생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을 통해 모발 이식 효능을 입증했다. 모발 끝에 개발한 접착제를 발라 생쥐 피부에 심는 방식의 실험을 실시했다. 생쥐에게 모발 15가닥을 이식하자 다음 날 12가닥이 남았다. 이 중 3가닥을 당겼는데 생쥐의 몸 전체가 들렸다. 모발이 피부에 단단하게 고정됐다는 의미다. 접착제 성분은 2주가 지나자 모두 분해돼 배출됐고, 염증 반응도 거의 없었다.
이 접착제를 활용해 모낭 없는 모발 이식이 가능해진다면 탈모 치료는 새로운 장에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모발 이식 수술은 모낭을 채취해 이식하는 방식으로 진행돼 왔다. 생착률은 모발 이식의 성공을 판가름하는 요소였다. 이식된 모낭이 탈락하지 않고 살아남는 정도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이해신 교수는 "모낭까지 있는 모발을 이식하려면 공급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이를 보완할 새로운 기술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연구 결과는 지난달 22일 국제학술지 미국화학회지에 온라인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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