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향후 5년간 편성될 방위비 예상액을 40조 엔(약 397조 원)으로 확대하고 국가 주도로 방위 장비를 수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신냉전 구도가 뚜렷해지는 흐름 속에서 연말 이른바 ‘3대 안보 전략 문서(방위계획대강·중기방위력정비계획·국가안전보장전략)’ 개정을 앞둔 일본이 방위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교도통신은 25일 복수의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정부가 연말 중기방위력정비계획에 2023 회계연도(내년 4월~2024년 3월)부터 2027 회계연도까지 5년간의 예상 방위비를 총 40조 엔으로 명시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5년마다 중기방위력정비계획을 개정해 대략적인 방위력 유지·확대 계획을 세우는데 2018년에는 2019~2023년도 방위비를 27조 4700억 엔으로 설정했다. 만약 향후 5년간의 예상 방위비가 40조 엔이 되면 종전보다 1.5배나 늘어나는 것이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또 다른 방위 문서 국가안전보장전략에 방위 장비 수출을 국가 주도로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넣는 것도 검토 중이다. 일본의 방위산업은 납품처가 방위성과 자위대로 한정된 탓에 2003년 이후 100개가 넘는 기업이 철수하는 등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정부는 자위대 외의 판로를 확보하고 방위 기업의 경영 기반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는 정부가 수출 협상 단계부터 적극 관여하고 방위 기업에 재정 지원을 하는 안이 거론된다.
이 같은 움직임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의 대만 침공 위협으로 최근 일본에서 방위력 확대가 주요 과제로 떠오른 것의 연장선상이다. 당장 일본의 집권 여당인 자민당은 통상 국내총생산(GDP)의 1% 정도로 편성되는 방위비를 2% 수준으로 증액하고 적의 미사일 기지나 지휘 통제 기능을 타격할 수 있도록 하는 ‘반격 능력’을 보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 방위성도 내년도 예산 요구서를 제출하며 사상 최대 규모인 5조 5947억 엔의 방위비를 요구했다.
다만 통신은 “일본의 재정 건전성은 이미 선진국 중 최악”이라며 “증세 반대론이 강해 최종적으로는 5년간의 예상 방위비가 40조 엔에 달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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