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 패권 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고환율·고금리·고물가 등 ‘3고(高) 위기’ 파고까지 밀어닥치면서 우리 경제를 지탱해온 6대 핵심 산업이 흔들리고 있다. 일시적인 실적 악화가 아닌 미래 성장 동력이 위협받고 있다. 특히 우리 경제의 기관차 역할을 해온 반도체 산업의 위기가 심상치 않다. 8월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26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증권사 실적 전망치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22.29%, 47.28% 급감할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반도체만의 위기가 아니라는 데 있다. 전기차·배터리·디스플레이·철강·조선 등 주력 산업에서 경고음이 요란하다.
주요 강국들은 예산 투입과 입법을 통해 세제·금융 지원을 확대하는 등 ‘원팀’을 이뤄 속도전을 펴고 있다. 미국 의회는 520억 달러의 보조금 지원과 25% 세액공제를 골자로 한 ‘반도체지원법’을 7월 말 통과시킨 데 이어 8월에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과시켰다. 유럽연합(EU)도 2030년까지 430억 달러를 투입하는 ‘반도체법안’ 제정에 나섰고 일본은 첨단 기술 확보를 위한 민관 협력 등을 담은 ‘경제안보법’을 통과시켰다. 중국도 ‘반도체 굴기’를 내세워 천문학적 규모의 예산 지원에 나섰다. 그러나 우리는 반도체 특화 단지 조성 등을 담은 ‘국가첨단전략산업법 개정안’이 발의 47일 만에야 국회 상임위원회에 상정될 정도로 한가하다.
단거리경주와 같은 글로벌 패권 전쟁에서는 0.01초라도 뒤지면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 강도 높은 구조 개혁 없이는 지난해 2% 수준으로 떨어진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머지않아 0%대로 추락할 수 있다는 경고를 흘려들어서는 안 된다. 우리도 과감한 노동·규제 개혁과 세제 지원 등으로 기업의 ‘모래주머니’를 제거해 성장 동력을 다시 살려야 한다. 여야 정치권은 잠시 한눈을 팔면 국가 경제가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깨닫고 반도체 산업 지원과 법인세 인하 등을 위한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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