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택지에서 페이퍼컴퍼니 등 위장 회사를 동원한 이른바 ‘벌떼 입찰’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1사 1필지 입찰 제도’가 다음 달 전격 도입된다. 또 이미 부정한 방법으로 토지를 취득한 회사에는 계약 해지와 택지 환수, 손해배상 청구 등이 추진된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26일 서울 송파구 거여동 위례신도시의 한 아파트 단지를 방문해 이 같은 내용의 벌떼 입찰 근절 대책을 발표했다. 이날 원 장관은 “앞으로 일부 특정 건설사들이 계열사를 대거 동원해 편법으로 공공택지를 낙찰받는 사례는 없을 것”이라며 “위례신도시에는 한 건설사가 50곳의 들러리를 내세워 당첨받은 경우도 조사됐는데 강도 높은 수사와 이익 환수 조치로 벌떼 입찰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1사 1필지’ 제도가 도입되면 수십 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중견 건설사라도 모기업과 계열사를 통틀어 단 1개 회사만 응찰할 수 있다. 국토부는 입찰에 참여한 회사가 페이퍼컴퍼니인지 확인하기 위해 공정거래법상 공시대상기업집단 공시 현황과 외부감사법상 감사 보고서(최근 1년간)를 확인한다.
아울러 국토부는 연내 주택법 개정안을 발의해 입찰용 페이퍼컴퍼니 점검도 강화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택지 공급자가 당첨 업체 선정 직후 지방자치단체에 해당 업체의 페이퍼컴퍼니 여부를 점검하도록 요청하고 지자체는 30일 이내에 점검 결과를 택지 공급자에 통보하도록 하는 ‘사전 확인’ 절차도 강화한다. 채용·사무실 이용 현황, 4대보험 가입 내역 등을 꼼꼼히 따져 실제 주택 건설 사업을 할 수 있는 회사인지 확인하는 절차가 여기에 해당한다. 모기업의 부당한 지원을 방지하기 위해 택지 당첨 업체가 관련 업무를 직접 수행하지 않는 사실이 적발되면 택지 공급 계약을 해제하고 향후 3년간 택지 공급을 받을 수 없도록 규정하는 등 관련 절차도 개선한다.
한편 국토부는 최근 3년간 LH로부터 공공택지를 추첨으로 공급받은 101개 사의 133개 필지에 대해 점검한 결과 총 81개 사 111개 필지에서 페이퍼컴퍼니 의심 정황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불시 현장 점검을 나갔던 10개 사의 경우 △택지 관련 업무를 소속 직원이 아닌 모기업이나 타 계열사 직원이 수행하거나 △소속 직원 급여를 모기업에서 지급하는 등 형식적으로 계열사를 설립한 정황이 적발됐다. 국토부는 소관 지자체에 해당 건설사에 대해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을 내리도록 요청하고 경찰 수사도 의뢰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해당 건설사들이 계약 당시 등록 기준에 미달해 1순위 청약 자격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질 경우 계약을 해제하고 원상회복 차원에서 택지를 환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공공택지 위에 이미 공동주택 등이 조성돼 택지 환수가 어려운 경우에는 수분양자 보호를 위해 손해배상 청구를 검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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