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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초점] '공조2'는 2000개, 독립영화는 20개? 상영관 없어 보고싶어도 못보는 영화들

볼 만한 다양성영화들 속속 개봉하지만

흥행작에 비해 턱없이 적은 상영관

시네필들 "상영관 늘려달라" 아우성

영화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스틸 / 그린나래미디어(주) 제공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를 필두로 '한여름밤의 재즈', '9명의 번역가', '홈리스', '둠둠', '성적표의 김민영', '썬더버드'까지. 볼만한 독립·예술영화들이 연일 개봉하며 시네필들의 관심을 끌고 있지만 정작 관객들은 극장에서 영화를 찾지 못해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일례로 지난 14일 개봉한 프랑스 영화 '9명의 번역가'(감독 레지스 로인사드 / 배급 (주)이놀미디어)는 넷플릭스 인기 추리극 '나이브스 아웃'을 떠오르게 하는 치밀하고 밀도 높은 심리전으로 관심이 높았던 작품이다. 번역을 담당한 황석희 번역가와 이동진 평론가의 호평 속에 실관람객들의 'N차 관람' 필수 영화로도 손꼽히고 있지만 상영관 수는 개봉 당일 93개관에서 20개관 미만(26일 기준)으로 크게 쪼그라들었다.

이재은, 임지선 감독의 '성적표의 김민영'(배급 (주)엣나인필름)은 상황이 더 좋지 않았다.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대상,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대상, 마르 델 플라타 국제영화제 국제경쟁 명예언급 등 크고 작은 영화제에서 주목받으며 올 하반기 독립영화 기대작으로 떠올랐었지만 정작 상영관 수는 개봉일인 지난 8일 48개관에서 시작해 개봉 열흘 만에 28개관으로 절반 가까이 줄어든 바 있다.

국내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는 '공조2: 인터내셔날'(감독 이석훈)이 개봉 당일(7일) 2,166개관을 차지한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공조2'는 개봉 20여일이 지난 지금도 25.7%(1,728개관)의 상영관 점유율로 전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작품성을 갖춘 독립·예술영화들이 꾸준히 극장가를 찾고 있지만 상영관 수 자체가 턱없이 부족하다보니 영화 팬들은 "상영관을 늘려달라"라며 메아리 없는 아우성만 보내는 중이다.

영화 ‘성적표의 김민영’ 스틸 / (주)엣나인필름 제공


다양성영화의 설 자리가 위태로워지고 있다. 26일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독립·예술·다큐멘터리 영화를 총칭하는 다양성영화 전용상영관은 씨네큐브광화문(서울), KT&G 상상마당 시네마, CGV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 등 전국 총 69개관에 불과하다. 2010년 26개관에 불과했던 전용상영관은 2019년 75개관으로 10년간 꾸준히 늘어오다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올해 69개관으로 소폭 줄었다.

이마저도 언제든 더욱 줄어들 수 있다. 지난달 영업 종료 예정이었던 예술영화 전용극장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는 가까스로 2년간 운영을 이어가기로 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저조해진 관객수와 높은 임대료 등이 영업 종료 결정의 주 원인이었다. 그러나 영업이 재개된 극장에는 일부 변화가 생겼다. 바로 전용 상영관이 줄고 일반 상영관이 늘어난 것.

실제 26일 CGV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 예매사이트에 따르면 '공조2'와 '늑대사냥', '육사오' 등 인기 흥행작들이 상영되고 있다. CGV 홍보팀 관계자는 "원래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는 5관 모두 예술영화 전용 상영관이었지만 9월 1일부터 예술영화를 상영하는 아트하우스를 2개관으로 축소하고 일반 상영관을 3개관 늘려 운영한다"면서 "코로나19 상황에서 관객들의 발길을 잡기 위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 예매 화면 캡처




다양성영화 전용극장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 서울아트시네마(이하 서울아트시네마)와 KT&G 상상마당 시네마(이하 상상마당 시네마) 역시 고초를 겪었다.

서울아트시네마는 총 세 번의 재개관을 해야 했다. 2002년 5월부터 2005년 4월까지 삼청동의 아트선재센터에서 운영된 서울아트시네마는 2005년 4월 낙원상가 4층 구 허리우드 극장으로 이전해 10여 년을 그 곳에서 명맥을 유지하다, 2015년 4월 대형 멀티플렉스의 확장세에서 다양성 영화로 활로를 모색한 서울극장에 의해 대관 운영됐다. 그러나 코로나 감염 확산 여파로 서울극장이 2021년 8월 영업을 종료하자, 현재의 경향아트힐 건물 4관에 자리를 잡았다.

서울아트시네마는 서울 유일의 민간 시네마테크로, 영화의 기록과 보존 그리고 그 가치를 일반인들에게 공유하기 위해 설립된 상영관이다. 가장 최근의 재개관에서도 극장 좌석의 상태가 열악해 리모델링이 시급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배우 유지태, 개그맨 김준호 등이 후원금을 보태기도 했다. 한 개의 관을 운영하는 서울아트시네마는 현재 제4회 폴란드 영화제를 개최 중이며 '성적표의 김민영', '둠둠' 등 인기 독립영화도 상영 중이다.

상상마당 시네마 역시 고난이 컸다.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지난 2020년 8월 29일부터 515일간 장기 휴관에 들어갔던 상상마당 시네마는 올해 1월 25일 새로운 대행사 키노라이츠와 함께 재개관했다. 그러는 사이 독립영화계와의 마찰이 빚어졌다. 2020년 상상마당 시네마에서 독립영화 사업을 담당해온 인력 8인 가운데 7인이 권고사직을 받았고 이를 거부한 2인은 영화와 무관한 업무에 발령받은 것.

‘#상상마당시네마를지켜주세요’ 이미지 / 사진=인디스페이스 인스타그램


그동안 독립영화 지원을 활발히 해왔던 상상마당의 영화사업이 멈출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상상마당과 영화배급 계약을 했던 감독 18인은 '#상상마당시네마를지켜주세요' 성명서를 발표했고 이는 2021년 4월 4차 성명서까지 진행되며 긴 싸움이 이어졌었다. 영화관은 다시 문을 열었지만 '피의 연대기'(감독 김보람), '반짝이는 박수 소리'(감독 이길보라), '돼지의 왕'(감독 연상호) 등 다양하고 특색 있는 장편독립영화들을 관객에게 선보여왔던 배급 역할은 중단됐다.

상상마당 시네마 역시 서울아트시네마와 같이 한 개의 관을 운영하고 있다. 왓챠에서 화제를 모았던 드라마 시리즈의 영화판 '시맨틱 에러: 더 무비'와 이정재 영화 데뷔작으로 재개봉하는 '젊은 남자' 등이 상영되거나 준비 중이다.

다양성영화는 다양한 영화인들의 시작을 함께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배우 이제훈과 박정민은 2011년 독립영화 '파수꾼'(감독 윤성현)을 통해 관객들에게 각인이 된 뒤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주목받는 배우 겸 감독 구교환 역시 '메기'(감독 이옥섭), '방과후 티타임 리턴즈'(감독 구교환) 등 다양한 예술독립영화에 참여하며 커리어를 쌓아 나갔다. 봉준호 감독 역시 단편 독립영화 '백색인', '지리멸렬', '프레임 속은 기억들' 등에서 출발했다.

영화 ‘파수꾼’ 포스터(좌), 영화 ‘메기’ 포스터 / 사진=필라멘트 픽쳐스, 엣나인필름


현재 우리에게 다양한 영화들을 접할 수 있게 해줬던 씨네라이브러리, 서울아트시네마, 상상마당 시네마 모두 상처를 겪으며, 약간의 변화와 함께 돌아왔다. 문화적으로도 가치를 지니는 다양성영화를 볼 기회가 줄어드는 것은 분명한 문제다. 코로나19 이후 영화계 활력이 조금씩 돌아오고 있다곤 해도 다양성영화계 피해는 더욱 치명적이고 회복도 느릴 수 있다. 여러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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