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최근 의원총회를 열고 윤석열 정부의 세제개편안을 초부자 감세로 규정하고 반대 입장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바로 법인세 최고 세율을 현행 25%에서 22%로 낮추는 것과 다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중과 세율 폐지, 주식 양도세 면제 기준을 현행 10억 원에서 100억 원으로 상향 조종하는 것에 반대 입장을 정한 것이다. 현재 의석수가 169석인 점과 이들 법안을 심사할 기획재정위원회 26석 중 15석을 차지한 상황에서 민주당의 반대는 윤석열 정부의 세제개편안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 법안은 민주당이 입법 폭주로 무소불위의 의회 권력을 휘두를 당시 국회 문턱을 넘었다. 특히 종부세법의 경우 대표적인 입법 폭주의 예로 꼽히는 법안이다. 민주당이 종부세 중과 세율 폐지를 반대하고 나선 것은 여전히 부동산 정책과 세금에 이념을 접목한 데 따른 결과다. 부자 감세 반대라고 주장하면 서민들이 민주당을 지지할 것이라는 정치적 계산 때문에 비롯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민주당이 자신들이 엄격하게 조정해 놓은 부동산 관련 세제 강화를 선거를 앞두고 스스로 허문다는 점이다. 정책은 일관성이 중요한데도 되레 선거를 앞두고 자신들이 쌓아 올린 부동산 세제를 완화하는 일관성만 유지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는 듯하다.
올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벌인 감세 전쟁이 대표적이다. 윤석열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완화에 시동을 걸자 민주당은 그동안 적폐로 몰아세운 다주택에 대한 과세 강화 입장을 뒤집고 다주택자 종부세 완화를 공약으로 내세우며 감세 전쟁에 불을 지폈다. 다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과세 기준을 6억 원에서 11억 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종부세 개정안 발의를 예고하면서 1가구 1주택자와 동일 선상에서 주택 수와 상관 없이 기준 금액으로 과세를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당시 송영길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주택 가격 상승에 따른 서민의 종부세 부담을 줄여준다는 명분으로 다주택자 종부세 과세 기준으로 1주택자와 동일하게 11억 원으로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선거를 코앞에 두고 나온 고육지책이었다. 이 같은 민주당의 당론 채택은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과세에 대선에서 패배하자 선거를 앞두고 스스로 정책 궤도를 수정하겠다고 나선 것으로 분석됐다. 결국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에서 좀처럼 오르지 않는 지지율 상승을 위해 자신들이 입법한 내용을 ‘서민 증세 반대 프레임’으로 뒤집었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가 고위 공직자들에게 집 1채만 남기고 모두 매각하라고 압박하던 것과 비교하면 ‘드라마틱’한 변화다. 결국 부동산 정책과 조세정책에 이념을 가미한 것에 대한 민심 이반에 무릎을 꿇은 셈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선거가 끝나자 다시 이념을 꺼내들었다. 다주택자 종부세 중과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또 돌아섰다. 6·1 지방선거 전 다주택자 종부세 기준을 주택 수가 아닌 금액으로 조정하기 위해 기준 금액을 6억 원에서 11억 원으로 올리겠다고 하더니 이제 와서 주택 수가 많으면 종부세를 중과하자는 모순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다주택자 종부세 중과 세율을 현행처럼 유지하게 될 경우 또 다른 부작용이 우려된다. 초고가주택 가격만 오르는 부동산 시장의 이상 현상이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과거 영국이 150년 동안 집 외벽의 창문 숫자로 세금을 매긴 이른바 ‘창문세’로 지금도 영국에는 창문이 없는 주택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잘못된 정책이 건축 양식에까지 영향을 미친 사례다.
민주당의 종부세 ‘갈지자’ 행보는 윤석열 정부의 세제개편안에 대한 몽니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하지만 민주당은 다음 총선에서 또다시 다주택자 종부세 완화 카드를 꺼내들 것이다. 민주당은 그렇게 지난 대선에서 패했다. 유권자가 더 이상 민주당의 갈지자 부동산 조세정책을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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