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회의 14개 일반 상임위원회 중 8개 상임위원회에서만 기업인 96명을 증인·참고인으로 채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18대 국회에서 국정감사 기업인 연평균 출석 수인 77명을 이미 넘어선 수치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이 신청한 증인·참고인이 60%를 차지하면서 민주당이 기업인 호출 폭주 상황을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날까지 증인·참고인 명단을 의결한 농해수·환경노동·보건복지·기획재정·산업자원·행정안전·정무·문화체육 등 8개 상임위의 증인·참고인 중 기업인은 96명이다. 이는 총 213명 중 45%에 달하는 수치다. 신청 정당별로 살펴보면 민주당이 58명으로 전체의 60%를 차지한다. 그 다음으로 △국민의힘 25명 △국민의힘·민주당 공통 11명 △정의당 2명 순이다.
주요 기업인을 살펴보면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농어촌상생협력기금과 관련해 농해수위에, 이재승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장(사장)이 스마트폰·세탁기 불량과 관련해 산자위에 출석한다. 또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은 반도체 수율 허위 조작 관련 등으로 정무위 증인으로 채택됐다. 모두 민주당의 신청이다. 포스코에서는 침수 피해에 대해 최정우 회장이 행안위에, 정탁 사장이 산자위에 각각 출석한다. 둘은 국민의힘이 신청했다.
기업인 증인·참고인 96명은 지난 18대 국회 연평균 수치를 이미 넘어선 것이어서 주목된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집계한 17~20대 국회 국감 연평균 기업인 증인·참고인 수를 보면 △17대 52명 △18대 77명 △19대 125명 △20대 159명으로 폭증했다.
여당은 민간 기업인 대량 신청을 줄이자는 방침을 천명하고 있으나 민주당이 물량 공세를 퍼부으면서 증가세가 이어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정감사 사전 점검 회의에서 “증인 대량 신청 채택이 민주당의 국회 갑질은 아닌지 다시 한 번 돌아보기 바란다”고 말했다.
아직 일반 상임위 6곳이 증인 신청을 의결하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기업인 증인·참고인은 현재의 2배 가까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특히 국토교통위와 과학방송통신위 등에서는 기업인 십수 명을 신청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또 명단을 채택한 곳 중에서도 행안위·산자위는 첫 주 명단만, 기재위는 참고인 3명만 의결한 상태여서 기업인을 더 추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재위에서는 신동근 민주당 간사가 증인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 최태원 SK 회장 등 총수 3명, 참고인으로 삼성전자·현대차 사장 2명을 신청해 협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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