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들이 해외 진출 기업을 자국으로 복귀시키는 리쇼어링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정작 해외로 나간 우리 기업 10곳 중 9곳은 국내로 돌아올 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해외 진출 기업 306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 중 93.5%는 리쇼어링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리쇼어링 저해 요인으로는 과도한 노동 규제가 1순위로 지목됐고 세제, 환경 규제, 수도권 및 입지 규제 등이 뒤를 이었다. 반(反)시장적 규제 사슬들은 그대로인데 최근에는 노조의 불법에 면죄부를 주는 ‘노란봉투법’까지 추진되고 있어 기업의 유턴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실제로 2018~2021년 국내 기업의 해외직접투자는 89억 달러에서 182억 달러로 두 배가량 늘었지만 한국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는 72억 달러에서 50억 달러로 줄었다.
미국·일본 등은 리쇼어링을 유도하기 위해 세금 감면, 규제 완화 등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다. 덕분에 미국은 지난해 1300여 개 기업이 해외에서 유턴했고 일본도 매년 500여 개 기업이 돌아오고 있다. 반면 2014~2021년 국내로 돌아온 우리 기업은 108개에 그쳤다. 까다로운 리쇼어링 인정 조건과 행정절차도 기업의 귀환을 가로막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최고의 유턴 기업’이라고 치켜세운 현대모비스는 2019년 울산에 공장을 짓기로 하면서 최대 100억 원의 보조금 및 법인세 감면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정부가 내세운 ‘신규 상시 고용 20명 이상’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지원 대상에서 탈락했다.
윤석열 정부는 첨단 산업 위주로 리쇼어링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청사진을 110대 국정 과제 중 하나로 제시했다. 하지만 노조에 기울어진 운동장과 각종 규제 등 ‘모래주머니’를 그대로 두고서는 공염불에 불과하다. 과도한 노동·환경 규제들을 철폐하고 세금 부담을 줄여 기업 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야 투자와 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 담대한 노동 개혁 없이 기업 유턴을 바라는 것은 연목구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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