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중국 당대회와 미국 중간선거 사이에 제7차 핵실험을 감행할 것이라는 전망은 그간 꾸준히 나왔다. 그러나 정부 차원에서 구체적으로 날짜를 못 박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이 조만간 추가 핵실험에 나설 가능성을 국가정보원이 28일 기정사실화했다는 얘기다. 더구나 한미 해상 연합 훈련 3일 차인 이날 북한은 동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2발을 발사했다. 핵추진항공모함·잠수함을 동원한 한미 훈련을 겨냥해 SRBM을 쏜 지 사흘 만으로 공세 수위를 계속 높이는 양상이다. 이번 SRBM은 이동식 발사대에서 발사된 것으로 추정되며 동해상의 기존 미사일 탄착지점(무인도인 ‘알섬’)을 표적으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앞서 북한이 함경북도 풍계리 핵실험장 3번 갱도 복구 작업에 착수하며 추가 핵실험을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일찌감치 제기됐다. 다만 외교가에서는 7~8월 장마철은 피할 것으로 봤고 이후 정치적 고려에 따라 유리한 시점을 고를 것으로 판단했다. 국정원의 전망이 현실화할 경우 동북아 지역의 지정학적 위기는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장마철 지나길 기다린 北…한미는 김 빼기=외교가에서는 북한이 7차 핵실험을 위한 물리적 준비는 이미 오래전 끝마쳤지만 장마철을 피해 9월까지는 핵실험을 하지 않을 것으로 봤다. 장마철인 여름에는 도로 유실 등의 위험이 있는 까닭인데 실제로 북한은 그간 가을이나 겨울에 주로 핵실험을 해왔다.
북한의 추가 핵실험 단행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정치적 결단만 남았다는 관측도 함께 나왔다. 북한은 특히 최근 최고인민회의에서 핵무력 정책을 법제화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북한은 사실상 핵 선제 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는 원칙까지 공표했는데 7차 핵실험 등 중대한 도발을 위한 명분으로 풀이됐다.
북한이 추가 핵실험 시기로 10월 16일 중국 당대회와 11월 8일 미국 중간선거 사이를 택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렸다. 북한으로서는 추가 핵실험이 가져다 줄 파장을 최대한 키워야 하기 때문이다.
김정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장마철에는 핵실험을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계절적 요인으로 보면 핵실험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미국과 중국의 정치 일정 사이에 자신들의 핵 입지를 증폭시키는 것이 득이 된다고 판단, 김정은이 결단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국정원 역시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실은 것은 북한 핵실험에 대한 김 빼기 차원으로 풀이된다. 북한 핵실험 파급력을 최대한 줄이고자 한미가 사전에 관련 동향을 외부에 알리는 식이다. 이를 통해 북한이 핵실험 시기를 미루고 종국에는 대화와 협상의 길로 복귀하면 이 역시 확장 억제의 한 가지 방안인 셈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현재 북한의 핵공세를 억제하는 데 갖은 방법을 써야 할 시점”이라며 “현재로서는 북한의 7차 핵실험 일정을 특정하는 것이 오히려 북한 핵을 억제시키는 전략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정은, 한미 억제에도 핵실험 득 크다면 결단 내릴 것"=김 빼기 전략과 동시에 최근 한미, 한미일 3국은 고위급 인사 간 소통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앞서 한미일 국가안보실장이 이달 1일 미국 하와이에서 3자 회동한 데 이어 3국 북핵수석대표도 14일 일본 도쿄에서 회담을 진행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벌써 세 번째다.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이달 재차 방한하면서 22일 김건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양자 회담을 또 한 번 진행했다.
윤석열 정부는 북한의 중대한 도발을 목전에 두고 북핵 억제를 위한 글로벌 국가 협력을 계속 강화해나갈 계획이다. 윤 대통령은 고(故)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국장에 참석하고 29일 한국을 찾는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과도 면담한다. 윤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이 이 자리에서 북핵 억제 메시지를 낼 가능성이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번 방한 기간 비무장지대(DMZ)도 찾는다.
한미의 이런 움직임에도 북한이 핵실험을 통해 얻는 이익이 더 크다면 그대로 감행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 교수는 “핵 확장 억제를 강화하는 한미 공조에도 불구하고 7차 핵실험으로 득이 크다면 김정은이 결단을 내릴 것”이라며 “득실을 계산해 억제력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교수는 “동맹 강화와 군사적 연합훈련 및 핵실험 특정 시기를 언급하는 ‘전략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고 전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