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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통계의 회색지대: 자본가는 노동자의 몫을 빼앗고 있는가?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




노동소득분배율(labor share, 간략히 노동분배율)은 전체 국민소득 중에서 노동 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을 의미한다. 즉 전체 국민소득을 자본소득과 노동 소득으로 이분화할 수 있고 이 노동분배율 비중이 줄어든다면 자본가의 몫은 늘고 노동자의 몫은 줄어든다고 여길 수 있어 노자(勞資) 간 심각한 갈등이 생길 수 있다.

적어도 1980년대까지 이 노동분배율은 장기적으로 일정하다고 하여 볼리의 법칙(Bowley’s law)으로 인정받았다. 노동분배율 불변의 법칙은 1980년대 이후 의문이 제기되고 있지만 통계 분류를 제대로 한다면 이 법칙을 깨어진 것으로 보는 시각은 지나치게 단순하다. 주목할 점은 노동분배율의 정의는 간단하지만 노동분배율의 계산에서 분모로 사용되는 국민소득이나 분자로 사용되는 노동 소득의 정의와 분류는 간단하지 않다는 것이다.

인생사에서 선악이나 흑백의 구분이 모호한 경우와 마찬가지로, 통계에도 한쪽으로 분류하기 어렵고 애매한 ‘통계의 회색 지대’가 존재한다. 통계 지표의 작성 시에는 이러한 점을 명확히 고려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통계를 자의적으로 분류하거나 통계 왜곡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노동분배율을 다루는 국내외 학자들이 잘 모르거나 어려워하는 부분은 △노동분배율의 분자에서 자영업자의 영업소득을 어떻게 자본소득과 노동 소득으로 분류하느냐와 △분모에서 국민소득의 일부인 고정자본소모(흔히 감가상각이라고도 불림)를 자본소득에 포함하느냐의 여부다.



고정자본소모는 새로운 생산 활동을 위한 투자분을 의미하기 때문에 자본가의 몫으로만 치부하기는 곤란하다. 흔히 국제 경쟁이 치열할수록 기술 개발 투자 등을 위한 고정자본소모의 국민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커지기 마련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고정자본소모의 비중이 1970년대에는 7%에 불과했지만 최근에는 20%까지 증가했다. 따라서 이 비중의 시대별 변화가 고려되지 않는다면 노동분배율의 계산은 혼란스럽게 된다. 또한 자영업자의 소득은 자신의 노동과 자본이 같이 투여된 결과이기 때문에 노동 소득은 별도로 분리돼야 한다.

이러한 통계의 회색 지대에 대한 분류를 잘못하거나 서로 다르게 한 결과, 기존 한국은행의 지난 20여 년간 상승 추이인 노동분배율과는 달리 문재인 정부에서는 하락하는 노동분배율을 주장했다. 나아가 이를 기반으로 엉터리 소득 주도 성장이 등장하는 계기가 됐다.

문제는 당사자인 한국은행은 자신의 생산하는 국가 공식 통계와 완전히 반대인 통계치에 대해 지난 5년간 침묵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에 직무 유기의 죄를 묻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최근 한국은행에서는 지난 60여 년간 발표하던 노동분배율 지표를 올해부터 더 이상 발표하지 않기로 공지한 바 있다. 잘된 결정이며 향후 한국은행은 관련한 통계 수치를 숨기지 말고 적극적으로 민간에 공개해 논쟁적인 사항은 학계를 통해 검증받는 게 올바른 선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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