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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박진 해임건의안 '단독' 의결…'국감정국' 파국

[尹정부 첫 장관 해임안 통과]

170명 중 찬성 168·반대 1·기권 1

87년체제 이후 네번째 해임안 의결

與의원들 피켓 들고 일방처리 규탄

尹 "탁월한 분" 거부권 행사 시사

박진 "거취는 임명권자 뜻 따를 것"

국민의힘 의원들이 2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 건의안 상정을 반대하며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성형주 기자




여당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이 29일 국회 문턱을 넘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여야 원내대표에게 합의를 주문했지만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자 결국 해임건의안을 상정해 표결했다. 해임건의안은 총 170표 중 찬성 168표, 반대 1표, 기권 1표로 의결됐다.

여당은 표결에 앞서 국회 로텐더홀과 의장석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며 항의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정말 박 장관이 위법한 일을 했다면 탄핵 소추를 했을텐데 (민주당이) 자신 없으니 해임건의를 하는 것 아니냐”며 “169석의 절대 권력을 정부 발목 잡기에 악용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표결이 시작되자 여당 의원들은 집단 퇴장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순방에 대해 국민의힘은 ‘정언유착’, 민주당은 ‘외교 참사’를 각각 내세우며 갈등이 고조된 상황에서 박 장관 해임건의안까지 통과돼 정기국회 내내 여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다음주 시작되는 국정감사부터 여야 대립이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민주당은 27일 의원총회에서 윤 대통령의 영국·캐나다·미국 순방 외교를 ‘외교 참사’로 규정한 뒤 박 장관 해임결의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해임건의안에는 민주당 소속 의원 169명 전원이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마침 같은 날 본회의가 예정돼 있어 해임건의안은 곧바로 본회의에 보고됐다. 국민의힘은 “해임건의를 남발하면 국회가 희화화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민주당은 당초 이날 가결을 목표로 해임건의안을 발의한 것으로 보인다. 국회법에 따르면 해임건의안의 경우 본회의에 보고된 지 24시간 뒤부터 72시간 이내에 본회의에 상정해 표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27~29일 본회의 개최가 사전에 합의돼 있는 데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도 예정돼 있어 야당에서 본회의 개회를 거부하기 힘들다는 점을 이용했다.



29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결의안 상정을 반대하는 시위를 하는 가운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회 본회의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 성형주 기자


이에 국민의힘은 여야 합의 없이 사전에 정해진 의사 일정 외에 안건을 추가할 수 없다며 김 의장에게 중재를 요청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전날 김 의장을 찾아가 “국회가 장관을 불신임하면 어떻게 나라를 대표해 외교 활동을 지속할 수 있겠느냐”며 “야당의 동의 없이 해임건의안을 상정하면 안 된다”고 호소했다. 의원총회에서는 “김 의장이 (해임건의안 상정을) 강행할 경우 의장 해임건의안을 발의해야 한다”며 거친 비판이 쏟아지기도 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국회의장 재량과 무관하게 보고 후 72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상정되는 것”이라고 맞섰다.

김 의장은 “국회법을 따르겠다”며 해임건의안 상정을 시사하면서도 여야 합의를 적극 주선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와 주 원내대표는 국회의장실에서 막판 합의에 나섰지만 결국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날 본회의가 합의 결렬 4시간 만인 오후 6시에 속개된 것은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의 방한을 고려한 결과다. 주 원내대표는 “야당과 협상 과정에서 오늘 통과시키더라도 외교 일정을 고려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박 장관이 해리스 부통령 일정을 수행 중인데 (해임건의안 통과로) 등에 칼을 꽂아서야 되겠느냐고 항의했다”고 전했다. 민주당과 김 의장도 이 같은 여당의 주장을 수용해 해리스 부통령이 한국을 떠난 후 본회의를 열기로 결정한 셈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오전 10시께 오산 공군기지에 도착해 윤 대통령을 만나고 미 대사관과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한 뒤 오후 6시에 한국을 떠났다.

한편 윤 대통령은 해임건의안에 대해 거부권 행사를 시사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아침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박 장관은 탁월한 능력을 가진 분”이라며 “무엇이 옳고 그른지는 국민들께서 자명하게 아실 것”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 역시 자진 사퇴 없이 업무를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박 장관은 이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참관한 뒤 기자들과 만나 “제 거취는 임명권자의 뜻에 따를 것”이라며 “제 입장은 변화가 없다”고 답했다. 앞서 박 장관은 해임건의안이 발의된 27일에도 “오직 국민과 국익을 위해 흔들림 없이 맡은 바 소임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리당략으로 다수의 힘에 의존해 국익의 마지노선인 외교마저 정쟁의 대상으로 삼느냐”며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고 야당을 비판했다.

제헌국회 이후 지금까지 국무위원 해임건의안은 총 6번 국회 문턱을 넘었다. 이 중 2016년 박근혜 대통령이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거부한 것을 제외하면 모두 국회의 결의에 따라 장관직을 내려놓았다. 직선제 개헌 이후 국회에서 국무위원 해임결의안이 통과한 것은 총 80번이다. 이 중 44건은 ‘72시간 내 표결’ 요건을 지키지 못해 폐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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