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국가 니카라과가 네덜란드와의 외교 관계 단절을 선언했다. 최근 미국 신임 공사의 입국도 거부한 데 이어 유럽연합(EU) 대사를 추방한다고 밝히는 등 니카라과가 서구권과의 대립각을 거듭 세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AP통신과 AFP통신은 30일(현지 시간) 니카라과 외교부가 네덜란드에 외교 관계 즉각 단절을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다니엘 오르테가 니카라과 대통령도 이날 현지 TV에 출연해 “최근 크리스티너 피렌 주중남미 네덜란드 대사가 우리 외교부 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나라를 네덜란드 식민지인 것처럼 얘기했다고 한다”며 “내정에 간섭하는 국가와는 관계를 유지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네덜란드가 니카라과의 정치 문제를 거론하면서 수년 전부터 현지 원주민을 위해 진행해온 병원 건립 사업을 중단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오르테가 대통령이 이 같은 조치를 취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오르테가 대통령은 현재 20년에 걸쳐 니카라과에서 장기 집권 중이다. 부인인 로사리오 무리요 부통령과 함께 학생·야당·언론을 탄압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서구권을 중심으로 ‘독재 정권’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오르테가 정권은 국제 사회와 거리를 두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무리요 부통령은 휴고 로드리게스 미국 신임 주니카라과 공사의 입국을 거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오르테가 정권은 로드리게스 공사가 미국 의회에서 니카라과 정부를 ‘독재 정권’이라고 부른 것을 두고 불쾌감을 표시해왔다.
지난달 28일에는 베티나 무샤이트 EU 대사를 ‘페르소나 논 그라타(외교적 기피인물)’로 지정하고 추방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니카라과 정부에선 이에 대해 별다른 이유를 제시하진 않았지만, 무샤이트 대사가 26일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오르테가 정권을 비판하면서 정치범 석방 등을 요구한 것을 두고는 불만을 품은 것으로 전해졌다.
오르테가 대통령은 1985년 임기 5년의 대통령직에 오른 이후 대통령 선거에서 연이어 낙선했다. 그러나 2007년 재집권에 성공한 뒤엔 장기 집권을 이어가고 있다. 이를 위해 대통령 연임 제한 규정도 없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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