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서민 주거 지원책으로 꼽히는 전세임대주택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세를 못 따라가는 지원 한도와 까다로운 계약 절차 탓에 대상자 3명 중 2명은 울며 겨자 먹기로 지원을 포기하고 있어서다.
3일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7월까지 전세임대주택 일반 유형의 계약률은 33.3%에 그쳤다. 계약률은 입주 대상자 중 실제 계약을 마치고 입주한 비율을 뜻한다. 즉 일반 유형 대상자 셋 중 하나에 대해서만 실제 지원이 이뤄지고 나머지 둘은 스스로 계약을 하지 않은 것이다.
2005년 도입된 전세임대주택 제도는 지원 대상자가 입주를 희망하는 주택을 물색하면 LH가 해당 집주인과 전세 계약을 체결하고 저렴한 가격에 재임대해주는 사업이다. 일반·청년·신혼부부(Ⅰ·Ⅱ)·다자녀 유형으로 구성되며 지원 대상자는 월 임대료로 전세 지원금 중 임대 보증금을 제외한 금액에 대한 연 1~2%의 이자를 납부하면 된다. 그러나 해를 거듭할수록 계약률이 낮아지며 제도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 일반 유형 계약률은 2018년 49%에서 2019년 56%로 올랐지만 이듬해 다시 48%로 떨어졌다. 이후 지난해에는 45.6%로 하락했고 올해 들어서는 30%대로 급감했다.
다자녀 유형의 실적은 이보다 심각하다. 올해 7월까지 해당 유형의 계약률은 9.2%로 지난해 64.4% 대비 55.2%포인트 급감했다. 지원 대상자 10명 중 9명은 전세 임대 계약을 포기해 혜택을 누리지 못했다는 의미다. 신혼부부 유형 역시 지난해 54.3%에서 올해 32.2%로 대폭 하락했다. 청년 유형(53.4%)은 전년(51.5%) 대비 소폭 상승했지만 겨우 절반을 넘기며 저조한 상황이다.
이처럼 실수요자들이 제도를 외면하는 이유는 가파르게 오른 전셋값을 따라가지 못하는 지원 한도에 있다. 올해 수도권 기준으로 전세 임대 일반 유형의 지원 한도액은 1억 2000만 원이다. 청년 유형은 1인 1억 2000만 원, 2인 1억 5000만 원, 3인 이상 2억 원으로 책정됐다. 신혼부부 Ⅰ유형은 1억 3500만 원, Ⅱ유형은 2억 4000만 원이며 다자녀 유형은 1억 3500만 원까지 지원한다.
반면 KB부동산 통계를 보면 9월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6억 7709만 원, 4억 6853만 원으로 지원 한도를 훨씬 웃돈다. 서울 단독주택(3억 9813만 원)과 연립주택(2억 5294만 원)도 마찬가지다. 이에 더해 전세 임대의 경우 LH의 권리 분석을 거쳐 계약이 이뤄지는데, 집주인이 이러한 검증 절차를 꺼리면서 계약 성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홍 의원은 “정부 지원 한도 금액이 전혀 시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 지원 한도에 맞추려면 교통·거주 환경이 등이 열악한 지역으로 가야 하는데 이는 계약을 포기하는 결정적 이유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토교통부는 지원 한도를 시세까지 맞추도록 예산을 확보해 취약 계층의 주거비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