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원 대책 없이 450억 파운드 규모의 감세 정책을 발표해 글로벌 금융시장에 ‘폭탄’을 던진 영국이 결국 정책의 핵심인 고소득자 소득세율 인하 방침을 열흘 만에 백지화했다.
3일(현지 시간) 쿼지 콰텡 영국 재무장관은 트위터에 “우리는 소득세 45% 세율 폐지안을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며 “우리는 (현 상황을) 이해했고, 경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기업 지원과 저소득층의 세 부담 감면 등 우리의 성장 계획은 더 번영하는 경제를 위한 새로운 접근법이었다”며 “45% 세율 폐지안으로 영국이 직면한 도전을 극복하기 위한 우리의 임무가 산만해졌다”고 짚었다.
지난달 23일 리즈 트러스 신임 총리 내각은 소득세 최고세율 인하(45→40%), 기본세율 인하(20→19%), 법인세 인상 계획(19→25%) 백지화와 공급 부문의 개혁을 단행한다는 새 경제정책을 발표했다.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이 한창인 와중에 트러스 정권이 대규모 감세라는 모순된 정책을 내놓자 시장은 크게 요동쳤다. 특히 소득세 인하는 보수당 내부에서도 ‘부자 감세’ 정책이라며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 정책의 의회 통과가 불투명해지자 정부가 결국 폐기를 선언한 것이라며 “굴욕적인 정책 유턴”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시장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달러 대비 파운드화 가치는 철회 발표 이후 1.1281달러로 전 거래일보다 1%가량 올랐다가 곧 0.2% 정도의 상승 폭을 줄였으며 증시도 0.5% 내외의 약세에 머물렀다. FT는 “새 정부가 법인세 인하 등 다른 감세안 철회 압력에 직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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