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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고강도 연금개혁이 필요한 이유

전영준 한국재정학회장(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연금 곳간 빠른 속도로 비어가는데

'인기 없는 일' 취급 개혁 차일피일

보험료율 상향 등 결단 늦어질수록

미래세대 부담 눈덩이처럼 불어나





우리나라의 공적연금 개혁은 오래전부터 논의돼왔다. 연금 개혁 논의가 199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가운데 1990년대 말 국민연금제도 개편을 통해 연금급여 수준이 생애소득 평균 70%에서 60%(40년 가입 기준)로, 2007년 개편을 통해 다시 40%로 하향 조정됐다. 공무원연금을 비롯한 특수직역연금도 수차례의 소규모 개편이 있었다. 이런데도 불구하고 연금재정 위기의 위험이 해소되지 않았고 이들 개편이 연금재정을 안정화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그러면 현재 상황은 얼마나 심각한가. 필자의 추계에 따르면 연금재정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국민연금과 특수직역연금 모두 연금보험료율이 지금 당장 현 수준의 2.2배가 돼야 한다. 국민연금보험료는 약 20%, 공무원연금보험료는 약 40%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연금기금이 이미 고갈된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과 달리 국민연금은 대규모의 연금기금을 보유하지 않았느냐고 말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민연금재정은 머지않아 적자로 전환될 것이며 이에 따라 기금이 빠른 속도로 줄어 연금기금도 고갈될 것이다. 기금 고갈 시점에 연금보험료를 조정하면 연금보험료율은 35%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높여야 한다. 이러한 뒤늦은 연금보험료 조정으로 2000년도 이후 출생 세대의 연금보험료 부담이 증가할 것이며 2040년생의 경우 현행 제도 하에서의 부담에 더해 생애소득의 9%에 육박하는 추가 부담을 안게 된다. 연금보험료를 당장 조정한다면 이 세대가 안게 될 추가 부담은 생애소득의 4%로 줄고 현재 세대가 추가 부담을 일부 담당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급격한 미래 세대의 부담 증가는 공적연금제도의 구조적 문제점뿐 아니라 인구의 고령화에도 상당 부분 기인한다. 일본의 경우 공적연금급여 수준이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 비해 높지 않지만 공적연금보험료 부담 수준은 상당히 높은 편에 속한다. 일본이 세계에서 가장 고령화된 사회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일본을 빠르게 따라가고 있으며 21세기 후반에는 우리나라가 일본을 넘어 세계에서 가장 늙은 나라가 된다.



상황이 왜 이렇게 됐나. 연금 개혁을 계속 미뤄왔기 때문이다. 연금재정 문제가 발견됐을 때 적절한 개편이 이뤄졌어야 했다. 그러면 왜 연금 개혁을 미뤘는가. 연금 개혁이 인기가 없기 때문이다. 현 시점에서 투표권이 없는 유소년 세대와 태어나지도 않은 미래 세대를 위해 투표권이 있는 현재 세대의 부담을 늘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재 유소년 세대와 미래 세대는 누구인가. 우리 자녀들이며 그 자녀의 자녀들이다. 부모들은 자녀를 위해 여러 모로 헌신하고 또한 희생도 기꺼이 감수한다. 그런데 우리 기성세대는 공적 연금을 통해 체계적으로 우리 자녀와 손자녀들의 권익을 침해하고 있다. 우리 부모들은 이러한 상황을 왜 방치하는가. 아마도 상황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가지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연금보험료 수준이든 조세 부담이든 어쩔 수 없이 조정해야 할 것이며 현재의 청년 및 유소년 세대와 미래 세대의 부담이 가중될 것이다. 이때 그들은 우리 기성세대에게 불만을 토로하지 않을까. ‘우리 아버지·할아버지 세대는 왜 우리를 방치했을까’ 하는 원망을 하지 않을까. 사랑하는 우리 자녀와 손자녀들이 감수해야 하는 인생의 무게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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