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임기 말에 정부 광고의 새 기준으로 도입된 신문 열독률 조사가 국회 국정감사에서 도마 위에 올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말 언론진흥재단이 실시한 신문사별 열독률과 구독률을 공개했으나 신뢰성과 객관성·공정성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은 5일 문화부 국감에서 “열독률 조사는 샘플 수를 늘려도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하기에 턱없이 부족하고 지방 신문 대부분은 조사에서 0으로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응답률을 높이려고 지하철역 등에서 무가지(무료 신문)를 배포하는 부작용도 발생한다”면서 “지난해 ○○일보·△△경제·□□경제 등이 무가지를 배포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박보균 문화부 장관은 “열독률 조사의 문제점을 들었다”면서 안이한 태도를 보였다.
열독률은 최근 1주일간 읽은 특정 매체의 비율로 인기투표에 가깝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무엇보다 사무실·상점 등 영업장의 신문 구독 비율이 2020년 기준 57.6%로 가구 구독 비율보다 높은데도 영업장 조사가 반영되지 않았다. 지역·성별·나이 등에 대한 가중치 산정 방식도 불투명하다. 신문 열독률에 인터넷 신문 열독률이 들어가고 폐간된 매체까지 집계되는 황당한 일도 벌어졌다. 그래서 한국신문협회·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등 4개 언론단체가 올해 초 신문 열독률 조사 결과를 정부 광고 집행의 지표로 삼는 일을 중단하라는 공동성명을 발표한 것이다.
오랜 역사를 지닌 ABC제도는 미국·영국·독일·프랑스 등에서도 진화하면서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 국회입법조사처의 평가다. 언론 등 민간이 주도하는 ABC제도 운영에 미흡한 점이 있다면 이를 보완하는 방안을 찾아야지 엉터리 열독률 조사로 공정성을 더 후퇴시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윤석열 정부마저 신뢰가 무너진 열독률 조사를 계속 밀어붙인다면 정부 광고를 무기로 언론을 길들이려 한다는 의심을 벗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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