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보유액 감소세가 심상찮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말 현재 외환보유액은 4167억 7000만 달러로 전달 대비 196억 6000만 달러 줄었다. 2008년 10월 이후 13년 11개월 만에 최대 폭 감소다.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10월 4692억 1000만 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한 후 불과 8개월 만에 524억 4000만 달러 줄었다. 원·달러 환율이 빠르게 상승하자 외환 당국이 시장 안정을 위해 대규모 매도 개입에 나섰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달러화 가치가 절상되면서 유로화 등 다른 통화로 보유 중인 외화 자산의 달러 환산액이 줄어든 영향도 있다.
급격한 외환보유액 감소는 대외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현 외환보유액 규모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권고치(6455억 5000만 달러)와 비교할 때 2000억 달러 이상 부족하다. 한은은 IMF 권고치가 신흥국 대상이므로 선진국인 우리나라와는 상관이 없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주요 7개국(G7)도 아닌 형편에 IMF의 권고치를 무시할 수는 없다. 더욱이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돼 언제라도 외국인 자금 유출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아시아 외환 위기’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가장 취약한 통화 중 하나로 원화를 지목했다. 한은은 외환보유액 규모가 “충분한 수준”이라고 해명하지만 국제 정세가 요동치는 상황이므로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무엇보다 6개월째 적자 행진 중인 무역수지부터 흑자로 돌려놓아야 한다. 정부는 6일 수출상황점검회의에서 “무역 적자를 엄중히 인식하고 있다”며 정책 수단을 총동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내놓은 대책은 범국민 에너지 절약 운동 같은 보여주기식 캠페인뿐이다. OPEC+의 석유 감산 합의 등으로 국제 유가가 다시 오를 가능성이 높은 만큼 에너지 소비 효율성을 높여야 하지만 근본적으로 무역 흑자를 위해 수출을 늘려야 한다. 정부는 주력 산업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구조 개혁에 힘쓰고 수출 시장을 다변화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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