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지난달 28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만약 북한이 핵실험을 한다면 10월 16일 중국 공산당 제20차 당대회 이후부터 11월 7일 미국 중간선거 사이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북한은 제7차 핵실험으로 극초음속미사일이나 KN 23, KN 24 같은 신형 전술유도무기에 장착할 소형화·경량화된 전술핵을 완성하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북한은 4월 신형 전술유도무기에 전술핵탄두를 탑재해 전방 부대에 실전 배치하겠다는 의도를 공표한 바 있다. 만약 북한이 전술핵을 가지고 조만간 제7차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북한의 핵 사용 문턱이 낮아져 한국의 안보 상황을 매우 심각하게 악화시킬 것이다.
그러나 한미일은 북한의 핵실험 강행에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지는 전혀 밝히지 못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북한이 이 같은 경고에 겁을 먹고 제7차 핵실험을 포기할 리는 만무하다.
올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러 관계가 극도로 악화되면서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 등을 발사했지만 유엔 안보리에서 러시아와 중국의 반대로 어떠한 제재도 채택되지 못했다. 앞으로 북한이 제7차 핵실험을 강행해도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 추가 제재가 채택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에 따라 북한의 연속적인 미사일 발사로 매우 심각한 안보 불안감을 느끼는 우리 국민들 사이에서 한국도 독자적인 핵무기를 가져야 한다는 의견이 계속 늘고 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9월 22일 공개한 ‘2022 통일의식조사’에 따르면 남한 핵무장에 찬성한다는 의견은 지난해보다 10%포인트 오른 55.5%로 관련 조사를 시작한 후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다른 기관보다 통일평화연구원의 조사에서 독자적 핵무기 개발에 대한 찬성이 낮게 나타난 것은 이 기관이 온라인 조사나 전화 설문조사 대신 1대1 면접 조사 방식을 채택한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인 지난해 12월 미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가 우리 국민 1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는 71%가 핵무장을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아산정책연구원이 발간한 보고서 ‘한국인의 한미관계 인식’에서도 국민들의 70.2%가 자체 핵무기 개발을 지지했다. 또 사단법인 샌드연구소가 6월에 발간한 ‘2022 국민 안보의식 조사 보고서’에서는 응답자의 무려 74.9%가 한국의 독자적 핵무기 개발에 찬성했다.
이처럼 국민 다수는 독자적 핵무장을 열망하지만 정부와 정치권은 한국이 독자적 핵무장을 추진하면 국제사회의 제재로 한국 경제가 파탄 날 것이라는 비핵산론자들의 비현실적으로 과장된 위협에 주눅이 들어 독자적 핵무장에 소극적이거나 부정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물론 한국이 갑자기 독자적인 핵무장을 추진하겠다고 하면 미국이나 서방 국가들은 북한의 핵 위협 하에 살고 있는 한국의 상황을 이해하면서도 ‘핵 도미노’ 현상에 대한 우려 때문에 자제시키려 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한국이 안전하고 순조롭게 핵무장을 하려면 정교한 전략과 단계적·중장기적 접근 및 명분 축적이 필요하다.
北中 동시에 압박하는 양수겸장 카드
이 같은 차원에서 한국 정부는 먼저 북한이 제7차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생존과 안보를 위해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할 수밖에 없다고 선언할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한국이 NPT에서 탈퇴하면 국제사회의 강한 제재에 직면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명백히 사실과 다르다. NPT 제10조 1항에는 “각 당사국은 당사국의 주권을 행사함에 있어 본 조약상의 문제에 관련되는 비상사태가 자국의 지상 이익을 위태롭게 하고 있음을 결정하는 경우 본 조약으로부터 탈퇴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각 당사국은 동 탈퇴 통고를 3개월 전에 모든 조약 당사국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행한다”고 규정돼 있다. 결국 북한이 제7차 핵실험을 감행하면 한국은 이를 이유로 조약 탈퇴를 통고할 수 있다. 과거에 북한도 NPT에서 탈퇴했지만 그것 때문에 유엔 안보리의 제재를 받지는 않았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는 더 늦기 전에 북한이 제7차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NPT를 탈퇴할 것이라고 경고해야 한다. 만약 한국이 NPT에서 탈퇴한다면 이는 한국도 핵 무장의 방향으로 갈 수 있다는 점을 대내외에 명확하게 드러내는 것이 되기 때문에 핵 물질 보유에서 한국보다 열세에 놓인 북한으로서는 당혹스러워질 것이다. 따라서 북한은 제7차 핵실험을 강행할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한국의 핵무장이 일본 및 대만의 핵무장으로 연결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중국도 북한의 제7차 핵실험을 막기 위해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따라서 한국 정부의 ‘NPT 탈퇴 카드’는 북한의 제7차 핵실험 강행 여부를 심각하게 고민하게 할 강력한 압박 수단이 될 수 있다.
만약 이 같은 경고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제7차 핵실험을 강행하면 한국 정부는 즉각 NPT 탈퇴를 선언해야 한다. 그리고 6개월 이내에 북한이 남북한과 미중의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 나오지 않을 경우 한국 정부는 독자적으로 핵무장을 추진하지 않을 수 없다고 공표해야 한다. 이처럼 단호한 결기를 보인다면 북한은 한국의 핵무장을 막기 위해 비핵화 협상 재개를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중국도 한국에 이어 일본과 대만까지 핵무장을 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막기 위해 북한이 다시 비핵화 협상에 나설 수 있도록 모든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이에 따라 북한이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 나온다면 한국 정부는 미국과 북한 모두를 수용할 수 있는 정교한 구상을 가지고 북한의 단계적 핵 감축을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만약 북한이 6개월 내에 비핵화 협상에 응하지 않는다면 한국 정부는 미국과의 긴밀한 협의 하에 핵무장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핵무장 방식으로는 이스라엘처럼 은밀하게 추진하면서 핵무장 여부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방식과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한국도 핵을 포기할 것’이라는 ‘조건부 핵무장’ 입장을 천명한 뒤 착수하는 방식이 있을 수 있다.
한국의 핵무장 이후 남북 핵 감축 협상을 통해 북한의 핵무기가 줄어들게 되면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도 그만큼 완화돼 한국 정부가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고, 개성공단을 재가동하며, 남북중 철도·도로 연결도 추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진보 진영과 정치권도 핵무장에 무조건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역설적으로 핵 감축으로 나아가고 남북 교류를 재개하는 방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이 실현 불가능한 목표라고 주장하지만 이스라엘과 인도·파키스탄도 달성한 목표를 한국만 이룰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지나친 패배 의식이다. 한국이 독자적 핵무장을 통해 ‘남북 핵 균형’을 실현하고 한반도에 새로운 평화와 안정의 시대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정부와 정치권의 대결단과 결기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리고 초당적 협력과 정교한 대미·대중·대일 설득 전략도 필요하다.
정성장 센터장은…김정은의 리더십과 북한 파워엘리트, 북한 군사와 북핵 문제 분야의 대표적인 국내 전문가로 현재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한 핵자강전략포럼(약칭 핵자강전략포럼)’ 창립을 추진하고 있다. 파리 낭테르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청와대 국가안보실, 국방부·통일부·한미연합군사령부 정책자문위원 등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