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의 몸에 이식된 눈으로 세상을 보게 된다. 그런데 하필 연쇄살인마였다. 남들과 다른 몸을 가졌다는 이유로 세상에 숨어 살던 남자는 이 연쇄살인마를 멈출 수 있을까. 사무치게 외로운 삶을 살아온 남자가 히어로가 되는 ‘커넥트’다.
7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CGV센텀시티에서 디즈니+ 오리지널 ‘커넥트’(감독 미이케 타카시)의 1~3화 시사와 GV(관객과의 대화)가 진행됐다. 미이케 타카시 감독과 배우 정해인, 김혜준이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커넥트’는 신대성 작가의 동명의 웹툰이 원작이다. 죽지 않는 몸을 가진 새로운 인류, 커넥트 동수(정해인)가 장기밀매 조직에게 납치당해 한쪽 눈을 빼앗긴 뒤, 자신의 눈이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연쇄살인마 진섭(고경표)에게 이식됐다는 것을 알고 그를 쫓는 지독한 추격을 담아낸 이야기다. 오는 12월 디즈니+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이날 공개된 1~3화는 파격적이고 신선했다.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커넥트라는 인류에 대한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것이 몰입도를 높였다. 이식된 눈이 정신까지 연결돼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동수와 진섭, 커넥트에 대한 관심으로 동수를 돕는 이랑(김혜준)의 이야기가 흥미를 이끌었다.
완성도를 높인 건 배우들의 열연이다. 특히 정해인은 서사 있는 얼굴로 극의 중심을 묵직하게 이끈다. 그는 어릴 적부터 남들과 다른 몸으로 인해 괴물로 불린 동수의 외로움을 탁월하게 표현했다. 한쪽 눈이 없어진 뒤 세상과 더 단절된 채 살아가는 동수의 모습도 섬세하다. 미이케 타카시 감독은 “연기라기 보다 고독함을 본능적으로 표현하고 평상시에 깊이 생각하는 사람이 동수 역할을 해야 했다. 그게 어울리는 사람이 아무리 생각해도 정해인이었다”고 말했다.
정해인은 “연기하면서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CG를 염두에 뒀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잘 구현해 줘서 시사를 하면서 놀랐다”며 미이케 타카시 감독에게 인사를 전했다. 이어 “동수라는 인물이 다크히어로일 수도 있고 지질한 히어로일 수도 있는데 귀엽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우리가 이때까지 늘 봐온 히어로와 다르니 측은하게 봐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동수는 얼굴을 감춘 채 유튜브에 직접 만든 노래를 올리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고독을 해소한다. 커넥트의 매개체가 되기도 하는 이 노래는 가수 선우정아가 작사·작곡했다. 작품 속에서 직접 이 노래를 부른 정해인은 이날 GV에서 라이브로 선보이며 관객들의 환호를 받기도 했다. 그는 “음도 어려웠지만 가사를 처음 접했을 때 철학적인 느낌이었다. 지금 도시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에 대한 애환, 고충, 외로움들이 담겨있는 노래”라고 소개했다.
정해인은 눈을 통해 동수와 진섭이 연결되는 첫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그는 “그 이후로도 계속 커넥트가 되는데 어떻게 차별화하며 연기를 해나갈지 고민이 많았다. 동수가 다양한 종류의 고통을 겪는다. 팔이 부러지거나 잘렸을 때의 고통은 겪어보지 못해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했다”고 연기 고충을 털어놨다.
고경표는 서늘한 연기로 연쇄살인마 진섭 캐릭터를 구축했다. 진섭은 남들이 부러워하는 엘리트 대기업 팀장이지만, 사체 아트를 즐기는 변태적 성향을 가진 이중적인 인물이다. 타인과 경계를 두며 무표정으로 살아가는 진섭은 친절하진 않지만 무례하지 않은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긴다.
김혜준이 연기한 이랑 역시 미스터리한 인물이다. 이랑은 우연히 커넥트를 마주한 뒤로 소설을 쓴다는 명목으로 나 홀로 취재를 한다. 그 과정에서 동수를 알게 되고, 동수가 위험에 처할 때마다 도움을 준다. 미이케 타카시 감독은 “이랑은 표면적으로 연기만 해서 안 된다. 자신이 중심에 있어서 흐트러지지 않는 것, 그대로 느껴서 거짓으로 연기하지 않는 사람이 김혜준이었다”고 했다.
김혜준은 “1~3화는 이랑이 제대로 소개되지 않은 회차다. 3화가 넘어가면서 이랑의 미스터리가 풀린다”고 귀띔하기도. 미이케 타카시 감독 또한 “이랑이 왜 커넥트에 집착하는지 4화 이후부터 알 수 있다. 굉장히 많은 변화를 하고 배신감이 느껴질 정도”라고 말해 기대감을 높였다.
작품은 국내에는 영화 ‘착신아리’로 알려진 일본 거장 미이케 타카시 감독의 첫 한국 연출작이기도 하다. 미이케 타카시 감독은 일본 스태프 없이 홀로 작업에 나섰다. “처음에는 걱정이 많았다”는 그는 “작업에 들어가니 그런 문제는 하나도 없었다. 서로 말이 통하면 자기의 주장도 생기는데, 말이 안 통해서 좋은 점은 마음과 마음이 연결돼있다는 걸 느낀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본이 있었기 때문에 이 사람이 어떻게 표현하려는지 존중하는 시간이었다. 시리즈 작업을 할 때는 감독과 배우가 말이 중요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고 밝혔다.
배우들도 미이케 타카시 감독과 마음으로 통했다. 정해인은 “촬영장에서 신기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연기를 하고 감독님이 컷을 외치면 감독님과 함께 찍은 것을 보며 대화하는데, 몇 번 하다 보니 일본말이 들리더라”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김혜준 역시 동의하며 “통역을 하기 전에 내가 알아듣는 순간이 있었다. 대본이라는 매개체를 갖고 말하고자 하는 바가 같다는 걸 알았다”며 “그때부터 즐겁게 촬영할 수 있었다”고 했다.
총 6부작인 ‘커넥트’는 4화부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미이케 타카시 감독은 “1~3화는 자신의 인생에서, 사회로부터 도망치는 비겁한 이미지를 담았다면, 이후에는 동수가 자신의 능력을 적극적으로 살리고 급전개가 된다”며 기대를 당부했다. 정해인은 “조금 무섭지 않았나. 더 무서운 사실은 3화에서 끝났다는 것”이라며 “나도 이걸 보고 망치로 맞은 기분이었고 그만큼 뒷이야기를 보고 싶을 정도로 답답했다. 우리 같이 12월까지 기다려보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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