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개정 교육과정' 시안에 대한 공청회가 사실상 마무리 됐다. 시안 공개 이후 역사·젠더 교육 등을 둘러싸고 불거진 진보·보수 진영 간 갈등은 공청회를 거치며 더욱 격화했다. 교육부는 다시 한 번 대국민 의견 수렴 등을 진행한 후 최종안을 만들어 12월 새 교육과정을 확정·고시할 계획이지만 이 과정에서 진통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9일 교육부에 따르면 전날인 8일 총론 시안 공청회를 마지막으로 지난달 28일부터 진행된 2022 개정 교육과정 교과별·총론 시안 공청회가 마무리됐다. 다만 음악 교과는 ‘국악 홀대' 논란이 불거지면서 이견이 있는 부분을 동시에 병기한 시안에 대해 현재 의견을 수렴하고 있으며 14일까지 전자 공청회도 병행한다.
◇6·25 '남침' 명시…젠더 관련 서술 일부 수정=교육부는 지난 8월 30일 처음 시안을 발표한 뒤, 사상 처음으로 대국민 의견 수렴을 진행하고 이를 정책 연구진에게 전달했다. 특히 역사·사회 교과와 관련해 6·25 전쟁에서 ‘남침’,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 등의 표현이 빠져 논란이 됐다. 이 밖에 도덕 교과 등에서 ‘양성평등’ 대신 ‘성평등’ 표현이 쓰인 것이나 총론에서 '생태전환교육'과 ‘노동교육'을 명시하지 않은 것을 두고도 많은 의견이 나왔다.
정책 연구진은 이러한 의견들을 검토하고 일부는 반영해 시안을 수정, 공청회를 통해 이를 공개했다. 가장 쟁점이 된 역사와 관련해선 광복에 ‘8·15’를, 6·25에 ‘남침’을 명시하기로 했다. 사회 교과의 초등 역사 영역에서도 ‘광복’을 ‘8·15 광복’으로 성취 기준을 수정했고 6·25 전쟁에 대해서는 ‘성취 기준 적용 시 고려 사항’에 6·25 전쟁의 원인 등을 학습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명시했다. 다만 민주주의에 ‘자유’의 가치를 반영해 ‘자유민주주의’로 명시해야 한다거나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대한민국 수립’이나 ‘건국’으로 표현해야 한다는 요구는 반영되지 않았다.
도덕 교과 시안에서는 양성평등이라는 표현을 써야 한다는 의견을 반영하는 대신 기존 ‘성평등’ 표현을 유지하기로 했다. 일각에선 성평등이라는 표현이 성전환이나 제3의 성을 인정한 것이므로 남녀만 인정한 ‘양성평등’으로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다만 기술가정 시안에선 ‘성평등 역할’을 ‘가족의 역할’로 수정하고 보건 시안에 ‘보호되지 않는 성’ 등의 용어에 대한 설명을 추가했다. 보건 교과에서도 ‘보호되지 않는 성’이라는 문구의 의미가 명확하게 전달되지 않았던 점을 고려해 ‘원치 않는 조기 임신, 성병, 성적 학대, 성폭력으로부터의 보호’라는 설명을 추가했다.
◇생태·노동교육 명시 요구 미반영…정보 시수도 기존안 유지=또한 '생태교육'과 '노동교육'을 교육목표에 제시해 달라는 요구에 대해선 연구진은 '교육의 공통적이고 일반적인 방향과 기준'을 제시하는 총론의 성격을 고려해 기존 시안을 유지하기로 했다.
정보과목 수업시수 기준을 명시해달라는 요구와 관련해서도 타 교과와의 형평성을 고려해 기존안을 유지하기로 했다. 앞서 정부는 현재 34시간인 중학교 정보과목 수업시수를 68시간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하지만 시안에는 학교가 자율시간 등을 활용해 '68시간 이상 편성·운영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있어 필수로 운영하지 않을 경우 사교육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 밖에도 새 수학 교육과정의 학습량이 많아 '수포자'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고등학교 공통수학 성취기준에서 '선분의 내분과 외분을 이해하고'라는 문구를 '내분을 이해하고'로 바꾸고, '직선의 방정식을 구하고'라는 내용은 삭제했다. 또 이차함수의 최대, 최소는 '제한된 범위에서만 다룬다'고 정했다. 다만 그간 제외됐다 이번 교육과정 시안에서 다시 포함된 행렬은 유지됐다.
◇아수라장된 공청회…확정까지 진통 불가피=이러한 시안이 공개된 공청회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됐다. 특히 역사·보건·총론 등 교과 공청회에서 보수·진보 성향 청중 간 고성과 막말이 오가고 몸싸움까지 벌어지면서 정상적인 진행에 어려움을 겪었다. 12월 확정·고시를 앞두고 2차 대국민 의견 수렴, 전문가 의견 수렴을 통해 최종안을 마련할 계획인 가운데 진통은 계속될 전망이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진영 간 성향에 따라 시각 차이가 확고한 만큼 최종안이 나오기까지는 물론, 새 교육과정이 확정·고시된 이후에도 논란은 이어질 것”이라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과정 개정이 정치화되는 일이 반복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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