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실습생의 죽음은 현장실습제도의 사회적 타살입니다. 부당함을 거부할 권리를 학교에서 가르칠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합니다. "
6일 현장실습을 나갔다가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고 홍정운군을 위한 추모위원회의 1주기 성명서 일부다. 홍군은 작년 10월6일 여수에서 현장실습을 하다가 바닷물에 빠졌고 끝내 구조되지 못했다. 직업계고 3학년이었던 그는 요트일 하나 하나 낯설고 서툴렀을 것이다. 하지만 사고 당시 홍군은 요트 선박 밑바닥에 붙은 따개비를 제거하는 수중 작업을 지시받았다. 수중작업은 홍군과 같은 현장실습생이 해서는 안 된다. 홍군은 잠수사 자격증은커녕 수영도 못했다고 한다. 홍군은 실습하던 업체 사장인 동시에 ‘현장 교사’의 말을 거스를 수 있었을까.
추모위원회는 “홍군이 사고 당시 입은 잠수복, 오리발, 산소통, 납 벨트 모두 그의 몸에 맞지 않았다”며 “사고 당시 그의 안전을 책임지는 사람이 현장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현장실습생의 안전사고가 터질 때마다 정부는 안전 대책을 내놓는다. 2017년 2월과 11월 두 실습생이 사고로 목숨을 잃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현장실습 제도는 실습 업체에 대한 규제 강화 방향으로 엄격해졌다. 당시 실습생 업체들은 “안전 관련 규정이 많아 차라리 현장실습생을 받지 않는 게 낫다”는 말까지 돌았다. 하지만 5년도 안 돼 다시 일터에 나갔던 학생이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노동계와 학생들은 학생 스스로 안전을 지키고 노동에 대한 자부심을 쌓을 노동 교육 환경이 근본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한다. ‘사장님의 이런 지시는 따를 수 없다’ ‘사장님의 이런 지시는 법에 어긋난다’고 말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홍군 1주기 추모식에 참석한 특성화고 2학년 A군은 “이제는 특성화고를 나와도 전공을 살리지 않고 부사관, 공무원 등 안정적인 일자리에 가려고 한다”며 “고졸, 대졸, 특성화고 졸업, 인문계 졸업 후 모두 노동자가 되는데 이 나라는 노동을 하찮게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위원회는 “직업계고 현장실습제는 저임금 체계를 공고하게 하게 부족한 일손을 메우는 인력공급제처럼 됐다”고 비판했다.
전국특성화고노동조합은 학생들의 안전과 노동교육 보장을 촉구해왔다. 이런 요구는 윤석열 정부가 8월 공개한 2022년 교육과정 총론 시안에서 노동 교육이 빠지면서 더 높아진 분위기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도 지난달 21일 서울에서 청년 간담회를 연 자리에서 “(장관이 되기 전) 노동계에 있을 때 정부와 공공기관의 노동인권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며 “노동 3권을 비롯해 노동의 가치, 직업윤리, 경영윤리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각계각층의 의견을 듣고 12월 새 교육과정을 확정한다.
특성화고노조는 "많은 학교에서 진행되는 노동교육은 성공적인 직업 종류를 언급하거나 천편일률적인 온라인 영상 시청 정도”라며 “모든 청소년이 일과 노동의 가치, 노동자의 권리를 배워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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