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본토와 크림반도를 잇는 유일한 군사보급로 크림대교(케르치해협대교)의 일부 붕괴가 러시아에 실질과 상징 양면에서 상당한 타격을 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이 다리가 크림반도에 대한 러시아의 핵심 보급로일 뿐 아니라 러시아가 한때 점령했다가 최근 후퇴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남부 전선에 대한 보급에도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본토와 크림반도를 잇는 군사보급로 기능에 차질이 생긴 만큼 우크라이나 남부와 동부 전선에서 교전 중인 러시아 군이 보급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이 다리를 통한 통행에 지장이 생기면 우크라이나 남부에서 전쟁을 벌이는 러시아의 능력에 심대한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 남부 전선으로 통하는 경로가 크림대교와 크림반도를 통하는 철도와 도로만 있는 것은 아니어서 군사 보급 전체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우크라이나 남동부 자포리자주에서 아조프해로 이어지는 몰로치나 강 하구에 있는 항구도시 멜리토폴에 연결된 철도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으며 다른 항구를 통해 해로로 보급하거나 항공편을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육로에 비해 안전성이나 신뢰성·수송 용량 등에서 차질이 생기는 것은 불가피하며 이는 러시아의 전쟁 수행 능력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외신의 분석이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70세 생일 바로 다음날 벌어진 이번 사건은 그에게 상징적으로 상당한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푸틴은 2018년 5월 18일 이 다리의 개통식을 주재하면서 트럭을 직접 몰아 다리를 건너는 ‘이벤트’를 선보였다. 가디언에 따르면 당시 그는 크림대교 건설이 제정 러시아 시점을 걸쳐 여러 시대에 걸쳐 꿈이었다며 “여러분들의 노고와 재능에 힘입어 기적이 성취됐다”고 말했다. 이런 중요성 때문에 러시아는 이 다리가 공격당할 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폭격하겠다는 공언을 하기도 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이 체면을 유지하고 국내 입지 강화를 위해 강한 보복 조치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전술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예측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미국 CNN은 푸틴이 현 상태에서 판을 더욱 키울 시 우크라이나 침공 시도나 푸틴 정권 자체가 ‘완전한 붕괴’를 맞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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