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레놀·게보린의 주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을 임신 중 복용할 경우 아이의 발달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근 UPI 통신에 따르면 크리스틴 스나이더 미국 펜실베이니아 의과대학 공중보건학 교수 연구진은 최근 온라인 과학 전문지 ‘공공과학도서관(PLoS One)’에 이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발열, 근육통, 기침과 각종 알레르기 증상의 치료에 쓰이는 아세트아미노펜은 그간 임신 중에 사용해도 안전한 약물로 알려져 있다. 전 세계 출산 경험이 있는 여성 절반 이상이 임신 중 이 약물을 복용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연구진은 2009~2011년 펜실베이니아의 여러 병원에서 첫 아이를 출산한 여성 2423명과 태어난 자녀의 진료 기록과 조사 자료를 분석했다. 이 여성들은 임신 중 이 약물 복용을 보고했고, 임신 말기에 스트레스 검사를 받았다.
태어난 아이들은 3세가 됐을 때 ‘아동 행동 평가척도(CBCL: child behavior checklist)’ 검사를 통해 행동에 문제가 있는지 평가 받았다. 3세에는 유아교육(preschool) 과정을 시작하며 아이들의 주의력 이상 징후를 관찰할 수 있는 시기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여성 참가자 중 1011명(41.7%)이 임신 중 아세트아미노펜을 복용했다. 아세트아미노펜을 복용한 여성의 자녀 22.7%는 수면 장애를, 32.9%는 주의력 문제를 보였다. 반면 이 약물을 복용하지 않은 여성의 자녀 가운데 18.9%가 수면 장애, 28.0%가 주의력 문제를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결과적으로 임신 중 아세트아미노펜에 노출된 아이는 3세 때 7가지 행동장애 중 △주의력 결핍 △수면장애 △내성적 행동 문제가 나타날 가능성이 다른 아이들보다 20% 이상 높았다. 임신 중 모체의 스트레스 등 다른 변수들을 고려해도 이 3가지 중 수면 문제와 주의력 결핍 위험 등 2가지 행동장애 가능성은 여전히 높았다.
스나이더 교수는 “아동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큰 요인은 스트레스”라면서도 “스트레스를 고려해도, 아세트아미노펜과 주의력 및 수면 문제 사이에 독립적인 연관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임신 중 아세트아미노펜이 함유된 약물 복용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아세트아미노펜을 어느 정도의 용량으로 얼마나 자주 그리고 임신 중 어느 때에 복용하면 아이들의 행동 발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인지 보다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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