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약 파기’ 논란을 불러온 1기 신도시 재정비와 관련해 2024년 중 마스터플랜을 수립하는 동시에 선도지구 지정까지 마치겠다고 밝혔다. 신도시별 정비예정구역 중 노후도가 심한 곳을 선별해 우선적으로 재정비를 추진한다. 다만 선도지구 지정 규모와 안전진단 면제 여부, 착공 시점 등 시장 관심 사항에 대해선 여전히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1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1기 신도시 정비 추진현황 및 향후 계획’을 발표했다. 국토부는 지난 5월말 1기 신도시 재정비를 위한 민관합동 전담조직(TF)을 구성한 바 있다. 이후 민간과 공공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정례회의 및 실무 분과회의를 진행하며 체계적인 신도시 정비 방향을 논의해왔다.
국토부는 일산·분당·중동·평촌·산본 등 5개 1기 신도시의 재정비 가이드라인 성격인 ‘정비기본방침’과 지방자치단체별 ‘정비기본계획’을 투 트랙 방식으로 병행 수립하기로 했다. 신도시 정비기본방침을 수립한 뒤 지자체 정비기본계획을 수립하는 통상적인 방식 대비 2년 가량 시간을 단축, 2024년 중 마스터플랩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국토부는 지난달 말 신도시 정비기본방침과 특별법안을 제시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한 상태다. 용역 결과를 토대로 최적의 특별법안을 마련하고 내년 2월까지 발의를 마치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현재 국회 계류 중인 신도시 재정비 관련 법안에 대한 분석과 사업추진 절차 및 체계·특례·선도지구 등 법안에 대한 검토를 진행 중이다. 1기 신도시 모든 지자체도 이달부터 내년 1월까지 정비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을 발주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2024년 중 지자체별 정비기본계획 등 마스터플랜 수립 완료 시 ‘1기 신도시 정비 선도지구’ 지정을 추진한다. 선도지구란 노후도, 주민 불편, 모범사례 확산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비예정구역 중 우선적으로 정비사업이 추진되는 곳을 의미한다.
선도지구는 지자체별 정비기본계획에 포함되는 정비예정구역 중 노후도, 정비 시급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정된다. 선도지구 지정원칙 및 대상, 세부적인 지정 절차 등 지정계획은 정부와 지자체 간 협의를 통해 구체화할 예정이다.
이에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이달 말 1기 신도시 5개 지자체장 간의 간담회를 갖기로 했다. 간담회에서는 2월 발의 예정인 특별법안에 포함될 선도지구의 구체화 방안과 지자체별 정비기본계획 수립방향 등에 대한 논의가 진행된다. 이와 별도로 국토부는 이달 중순에 각 지자체와 함께 1기 신도시 정비 추진 현황과 향후 계획을 안내하는 주민 설명회를 연다.
1기 신도시 재정비를 위한 지역별 총괄기획가(MP)도 이날 위촉됐다. 김준형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일산), 김기홍 홍익대 환경개발연구원 수석연구원(분당), 송하엽 중앙대 건축학부 교수(중동), 이범현 성결대 도시디자인정보공학과 교수(평촌), 김용석 한국교통대 도시교통공학과 겸임교수(산본) 등 5명이다. 이들은 민관합동 TF 협력분과 위원으로 참여하게 된다. 정부와 지자체, 주민 간 소통창구로서 마스터플랜에 주민 의견을 반영하고, 지자체 정비기본계획 수립 시 자문을 수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임기인 2027년까지 1기 신도시 재정비 선도지구 중에서 ‘첫 삽’을 뜨는 사업장이 나올지는 불투명하다. 구체적인 착공 시점에 대한 질의에 문성요 국토부 국토도시실장은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착공 부분은 조합 설립이나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인가, 이주 등 관련 절차와 주민 호응도에 따라 달라지는 부분”이라고 답했다. 선도지구에 대한 안전진단 면제 여부에 대해서도 즉답을 피했다.
추후 재정비 선도지구에서 배제된 노후 지역을 중심으로 강한 반발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문 실장은 “선도지구는 우선적으로 (재정비를) 추진해야 하는 지역이고, 이외의 지역은 특별법과 정비기본계획에서 정해진 대로 정비사업이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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