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중앙은행(BOE)이 긴급 국채 매입 종료를 앞두고 국채금리가 급등하자 결국 긴급 조치를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채금리 폭등(가격 하락)이 영국 연기금 붕괴와 금융시장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폭발하자 결국 “매입 연장은 없다”는 기존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1일(현지 시간) 관계자들을 인용해 “앤드루 베일리 BOE 총재의 경고와 달리 BOE는 시장 변동성이 커질 경우 유연하게 접근할 수 있다는 암묵적 신호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앞서 BOE는 리즈 트러스 정부의 감세안 발표 이후 영국 연기금의 투자 레버리지였던 국채 가치가 폭락(국채금리 폭등)하자 지난달 28일 국채 매입 조치를 발표한 바 있다. 이후에도 국채금리가 폭등하자 10~11일에 긴급 국채 매입 규모와 대상을 확대하는 추가 조치를 시행했다. 그러면서도 BOE는 예정대로 14일 긴급 국채 매입을 종료하겠다고 못 박았다.
하지만 FT는 “국채 매입 종료가 다가오면서 채권금리가 급등하자 BOE는 일부 은행 관계자들에게 시장 여건을 고려해 필요시 기한을 늘릴 준비가 돼 있음을 통보했다”고 전했다. 불과 하루 만에 채권 매입 ‘종료’에서 ‘연장’으로 입장을 바꾼 것이다.
영국 금융시장 내에서는 연기금이 직면한 대규모 마진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14일 종료는 시기상조라는 우려가 지배적이었다. 영국 연기금인 연금생애저축협회는 이날 “우리의 핵심 우려는 채권 매입 기간이 너무 빨리 끝나서는 안 된다는 점”이라며 기한을 이달 말까지 연장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국채 매입 조치 종료를 앞두고 영국 연기금이 유동성 확보를 위한 자산 투매에 나서자 미국 정크본드 시장이 흔들리는 정황도 포착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영국 연기금과 보험사·펀드 등 투자자들 다수가 마진콜에 대응해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 채권을 대거 매각하며 가격이 급락했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 CLO의 일일 평균 거래량은 약 10억 달러로 지난 12개월 평균 거래량의 두 배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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