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이 1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신영복 사상가를 존경하면 확실히 김일성주의자"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김 위원장을 향해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종북에 비유한 발언에 이어 다시 막말을 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8시30분쯤 국감에서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재인, 586(세대) 주사파, 운동권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종북 김일성 주의자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며 “문재인 (전) 대통령이 종북 주사파인가"라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 글은 김 위원장이 2021년 4월 9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쓴 글이다. 김 위원장은 “문재인 (전) 대통령은 신영복 선생을 가장 존경하는 사상가로 생각한다면 문제가 많다”며 “문 (전) 대통령이 신영복 사상가를 존경하면 김일성주의자”라고 부연했다. 김 위원장은 2018년 서울시장 후보자 시절도 문 전 대통령에 대해 김일성 사상을 존경하는 분이라고 비슷한 맥락으로 평가한 바 있다. 고 사상가인 신영복 선생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 받아 20년 복역했다.
전 의원이 김 위원장에게 ‘발언을 정정할 기회를 주겠다’고 하자, 김 위원장은 “신영복 선생은 대학교 선배”라고 발언을 정정하지 않았다. 의사진행 발언을 신청한 민주당 의원들은 김 위원장에 대해 비판을 쏟아냈다. 사상 존경을 이유로 주의자로 단정할 수 있냐는 지적이다. 우원식 의원은 김 위원장에 대해 “이 자리에 있을 자격이 없다”고 지적했다. 국감은 다시 중지됐다.
이날 국감은 김 의원장의 발언으로 오전부터 파행을 거듭했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김 위원장에게 “(김 위원장은 내가) 종북이고 (북한) 수령님께 충성한다고 발언을 했었는데 (현재도) 생각이 변함없나”라고 물었다. 김 위원장은 과거 자신이 SNS에 윤 의원을 평가한 내용이 담긴 화면을 본 뒤 “저런 측면이 있다”고 답했다. 2021년 4월17일 김 위원장이 쓴 글에는 윤 의원에 대해 ‘종북본성을 드러내고 있다’ ‘반미·반일 민족의 수령님께 충성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민주당 의원들의 김 위원장에 대한 비판과 사과 요구가 쏟아졌고 여야의 고성도 오고갔다. 윤 의원은 “인격적 모독에 대한 사과없이 국감 질의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김영진 의원 등 같은 당 의원들은 김 위원장을 국회에서의 증언 및 감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고발해야 한다고 의사진행 발언을 이어갔다.
이날 오후 2시40분께 감사는 재개됐다. 여야는 김 위원장이 사과를 하면 고발하지 않겠다고 합의를 하고 국감장에 돌아왔다. 김 위원장은 “윤 의원이 모욕감을 느낄 수 있다"며 “경사노위원장으로 신중하고 사려깊게 사과한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미국 의회에서 대북전단금지법 청문회가 있었고 그 상황에 맞춰 쓴 글”이라고 부연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사과가 진정성이 없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질타가 한동안 이어졌다.
이처럼 이날 국감은 시작부터 야당의 김 위원장의 과거 발언에 대한 비판이 거셌다. 야당은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조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를 비롯해 노동 현안에 대해 반노동, 극우로 읽힐 수 있는 발언들을 문제 삼았다. 사회적 대화를 이끄는 경사노위 위원장으로서 중립을 지킬 수 있는지 자격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반면 여당은 김 위원장의 노동운동가 경험에 비춰 경사노위를 이끌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의원들이 우려하는 부분을 잘 듣고 공정한 (자세로) 위원장에 임하겠다”고 여러 차례 고개를 숙였다.
한편 김 위원장은 4일 취임했다. 경사노위는 대통령 직속 기구로 위원장은 장관급이다. 위원장은 청문회 없이 대통령이 임명하면 취임 후 업무를 시작할 수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