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에서 땅을 드릴 테니 기업 이름을 붙인 공원과 숲을 조성하는 운동에 동참해주십시오. 이를 통해 탄소중립을 실현하고 도민들에게 휴식과 힐링의 공간을 제공합시다.”
김영환 충북도지사는 지난달 29일 충북도에 공장을 두고 있는 대기오염물질 다량 대출사업장 14곳과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김 지사는 이날 “탄소중립 달성보다 훌륭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은 없을 것”이라며 지역 기업들을 상대로 청주 무심천과 미호강 주변에 도시숲을 조성하는 사업에 참여해줄 것을 당부했다.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 달성이 최대 화두로 부상하면서 기업과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도시숲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특히 탄소중립 실현을 넘어 도심 속 힐링공간으로 도시숲이 재조명되면서 정부도 대대적인 지원 사업에 나서고 있다.
13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경기 평택시는 지난 2020년부터 2021년까지 2년에 걸쳐 통복천에 평택 바람길숲을 조성했다. 전체 사업비로는 국비와 시비 100억 원이 투입됐는데 시민과 기업이 참여하면서 예산 50억 원을 절감하는 효과를 거뒀다. 시민들이 나무 1만 2000여 그루를 심었고 기업·단체가 3만여 그루를 보탰다.
삼성전자 등 3개 기업 150명이 소나무 등 1만 그루를 식재했고 농협 등 12개 단체 600명이 참가해 2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헌수목 8000그루도 더해졌다. 나무심기에 1000명, 나무가꾸기에 450명, 토론회 300명, 설명회 400명, 워크숍 100명, 헌수목 50명 등 총 2750여명의 시민이 참여해 평택의 명소로 자리잡았다는 평가다.
공공·기업·시민단체가 함께하는 도시숲 ESG 협력도 강화되고 있다. 중앙정부나 지자체가 부지를 제공하고 기업이 숲을 조성한 후 이를 지자체·시민단체가 관리·운영하는 협업체계가 전국 곳곳에서 가동되고 있다. 기업 참여로 조성된 도시숲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울산대공원숲, 대전 유림공원숲, 울산 태화루숲 등이 꼽힌다.
대전 유성구 갑천 옆에 5만7400㎡ 규모로 조성된 유림공원은 계룡건설 고 이인구 명예회장이 지난 2007년부터 2년 6개월간 사재 100억 원을 들여 하천부지에 도시숲을 조성한 뒤 대전시에 기부채납했다. 96종 7만 6000여 그루의 조경수와 108종 25만 6000여 그루의 초화류가 식재됐고 3만 9577㎡규모의 잔디공원도 조성됐다. 대전 유성구가 매년 가을 유림공원에서 개최하는 국화축제에는 방문객이 45만명에 이를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기업과 시민이 참여해 지난 2014년부터 조성한 도시숲의 면적은 2020년 기준 598만㎡에 달하고 있다. 하지만 인구가 밀집한 생활권 도시림의 면적이 총도시림 면적의 4.5%에 불과해 지속적인 확대가 필요한 상황이다.
산림청은 도시숲의 기능과 역할을 세분화해 도심 곳곳에 확산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산업단지와 간선도로 주변의 미세먼지를 흡착·흡수하는 미세먼지저감숲과 도시의 대기 순환을 촉진하는 바람길숲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207개소인 미세먼지저감숲은 2027년까지 1200개소로 확대하고 같은 기간 바람길숲은 17개소에서 25개소로 늘릴 방침이다.
철도·역사 부지, 군부대 이전지, 학교 등 도심 내 방치된 유휴부지에도 숲과 숲길을 조성해 시민의 휴식공간과 어린이 안전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현재 50개소인 자녀안심그린숲을 2027년까지 530개소로 늘리고 숲이 있는 운동장인 숲운동장도 85개소 이상 확충한다는 복안이다.
남성현 산림청장은 “도시숲이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효율적인 수단으로 조명받으면서 도시숲에 대한 기업과 시민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도 커지고 있다”며 “기업과 시민이 도시숲 조성의 주체로 참여하고 국민들에게 차별화된 힐링공간을 제공할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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