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에게 자신의 음악을 들려주려고 유튜브를 시작했던 래퍼는 편집에 흥미를 느껴 유튜버가 됐다. 소소하지만 궁금한 지점을 긁어주는 콘텐츠는 소위 대박이 났고, 버라이어티 예능까지 기획해 지상파까지 진출했다. 255만 유튜버가 된 그의 예상치 못할 다음 스텝은 영화 연출.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을 하고 리뷰를 하는 형식으로 총 1억 뷰를 돌파한 콘텐츠는 부산국제영화제에 출품까지 했다. 한자리에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진용진의 이야기다.
진용진이 연출한 ‘없는영화’는 제 27회 부산국제영화제 스핀오프 페스티벌 커뮤니티비프 커비컬렉션에 초청받았다. 약 40여 편의 작품 중 ‘어르신(02년생)’, ‘RPG 게임(도를 아십니까)’, ‘마스크(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 ‘그리운 사람(당신의 이야기)’ 총 4편을 선보였다. 지난해 12월 첫 작품을 선보인 이래로 약 10개월여만의 성과다. 진용진은 유튜브로만 볼 수 있던 작품을 큰 스크린으로 상영하고, 출연자 가오가이와 함께 관객과의 대화(GV)까지 진행했다.
“정말 영광스럽습니다. ‘언제 한 번 부산국제영화제(부국제)를 보러 가야지’라는 생각은 했었는데 제가 그 자리에 설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없는 영화’를 처음 시작할 때 상 받는 거 아니냐고 우스갯소리 했는데 감독으로서 이렇게 부국제에 설지 몰랐어요. 감격스럽기도 하더라고요. 관객들이 웃는 반응도 볼 수 있어서 감회가 새로웠어요. 전 거의 ‘ㅋㅋㅋㅋ’라고 쓰여있는 댓글만 보거든요.”(웃음)
실제로 존재하는 영화를 리뷰하는 듯한 구성의 ‘없는영화’는 사회적 이슈를 통찰력 있게 담았다. 진용진의 날카로우면서도 유머 있는 시각이 더해져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사고 있다. 출품한 작품들 역시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들, 젠더 갈등 등에 대해 조명한다.
“평소 사람들을 만나서 하는 이야기나 접하는 기삿거리가 그런 사회적 문제예요. 저뿐만이 아니라 우리 세대들은 혐오의 세상에서 사는 것 같아요. 남녀 문제부터 혐오 용어도 너무 많고요. 유튜브를 하다 보면 댓글도 그렇고, 친한 유튜버들의 피드백을 들어보면 거의 다 그런 식이에요. 제 유튜브는 남자 시청자가 많은 편인데 여성 비하 댓글이 많거든요. 그렇다고 제가 그것만 할 줄 아는 사람은 아니에요. 어떻게 보면 의도한 거예요. 생각할 거리를 구독자들에게 전달하는 거죠.”
예능 제작자로서 각광받기 시작한 진용진이 ‘없는영화’ 시리즈에 뛰어들 수 있었던 건 순전히 다양한 시도를 좋아해서다. 랩을 하다가 유튜버로 전향할 때도 주변에서는 ‘지금까지 해오던 게 있는데 왜 다른 걸 하냐고’ 했지만, 모든 공통점은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창작하는 건 모두 똑같다는 생각이다.
“초반에는 영화 유튜버들은 영화 한 편만 보고 편집하고 내레이션 붙이는 정도가 아닐까 싶었어요. ‘그것을 알려드림’ 같은 경우는 하루의 절반은 도로에 있거든요. 그렇게 시간을 보내면서 영화 유튜브를 보다가 아는 영화 유튜버에게 전화해서 저작권에 대해 물어봤어요. 가져가는 게 별로 없더라고요. 그래서 마음을 접었는데 문득 ‘그럼 내가 영화를 만들면 되지 않나’ 싶더라고요. 그렇게 역발상을 했어요.”
‘없는영화’는 단순한 유튜브 콘텐츠가 아니다. 기본적으로 단편 영화를 만들 정도의 규모가 필요하다. 제작비용이 많이 드는 것은 물론이고, 70여 명의 스태프가 필요하다. 현재까지 출연한 배우들만 총 270명이다. 카카오엔터의 콘텐츠 자회사인 쓰리와이코프레이션에 진용진의 채널이 합류하면서 제작의 꿈을 더 마음껏 펼칠 수 있게 됐다.
“‘그것을 알려드림’을 하면서 개인적으로 ‘없는영화’를 하기 힘들었어요. 이제 세일즈 부분을 분배하다 보니 이런 것도 할 수 있게 된 거죠. 그게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고 정말 만족스러워요.”
“제작비가 커지면서 유튜브 감성이 없어지지 않나 생각하긴 해요. 하지만 구독자들은 마니아 감성에 치중하기 보다 이런 이야기도 해달라고 하더라고요. 유튜브 감성을 잃어버리는 걸 걱정하기보다 새로운 걸 기획하자는 생각이에요. 항상 새로운 걸 해왔기 때문에 제 자신은 좋게 변화하려고 하고 있어요.”([인터뷰②]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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