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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역사에 매몰된 민족의 미래는 어떤가

조양준 국제부 기자




“미중 간 군사 충돌 가능성이 가장 높은 때는 바로 ‘지금’이다.”

최근 영국의 경제 매체 이코노미스트지가 소개한 신간 ‘위험 지대(Danger zone):다가오는 중국과의 갈등’에서 저자들은 ‘중진국 함정’에 빠진 현재의 중국이 ‘강성 대국’ 중국보다 군사적 모험을 불사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주장한다. ‘중국몽’을 향한 노정이 도전 받을 때 중국은 더 위험한 존재로 변모할 수 있으며 “야망과 좌절이 교차할 때 지정학적 재앙이 벌어졌다”는 게 역사의 교훈이라는 것이다.



중국이 정말 중진국 함정에 빠졌는지, 만일 그렇다면 이를 전쟁 임박의 신호로 봐야 할지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미국은 이 논쟁을 벌일 의사조차 없어 보인다. 조 바이든 행정부에 중국의 대만 침공은 이미 ‘현안’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바이든 정부는 중국의 침공을 받은 대만이 지원군이 도착할 때까지 버틸 수 있도록 무기를 비축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중국을 “국제 질서를 재편하는 능력과 의도를 가지고 침략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강대국”이라 규정지었다. 이것이 미국의 호들갑일까.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가 중국을 자극할 소지가 큼에도 대만과 우호 관계를 강화하고, 중국과의 호된 영유권 분쟁을 각오하고 필리핀이 미국 친화로 ‘유턴’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이런 국제 정세 속에서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는 성격이 짙은 한미일 연합훈련을 두고 국내 정치권이 벌이고 있는 ‘친일’ ‘반일’ 논쟁은 그래서 안타깝다. 특히 원인이 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욱일기’ 발언은 비판의 소지가 크다고 본다. 일본 군국주의 부활이라는, 한반도를 짓누르는 또다른 현실을 일깨우려 했다면 다른 표현으로도 충분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대표는 마치 ‘서울 불바다’처럼 강렬한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수사로 그의 정치적 수완을 발휘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 미래는 없다. 그러나 역사에 매몰되기만 한다면 중국의 위협이라는 현실에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패권국과 도전국의 충돌이라는, 또 되풀이될지 모르는 ‘역사’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정치권은 소모적인 싸움을 멈추고 이 물음에 답해줄 수는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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