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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전화에 속은 우크라 외무…"크림대교 폭파, 우리 소행" 시인

전직 미국 대사 행세한 러시아 코미디언에 속아

英 국방 장관도 속은 사기전화…배후에 러 정부 의심돼

러 본토 공격도 시인…확전 우려도 ↑

13일(현지 시간) 공개된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부 장관의 통화 영상.텔레그래프 유튜브 캡처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부 장관이 러시아 측의 사기 영상전화에 속아서 크림대교와 러시아 벨고로드 지역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의 배후가 우크라이나임을 시인했다고 텔레그래프가 13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쿨레바 외무장관은 자신이 마이클 맥폴 전 러시아 주재 미국대사와 통화하고 있다고 착각해 “우리의 줌(zoom) 통화가 사적인 만큼 크림대교나 벨고로드를 공습한 게 누구냐는 질문에 답하자면, 맞다. 그건 우리였다(I’d tell you, yes, that was us)”고 말했다. 아울러 "우리의 가까운 동맹인 미국, 영국과 함께 우리는 남부지역에서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는 발언도 공개됐다.

앞서 8일에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잇는 크림대교가 폭발로 일부 붕괴하고 러시아 남부의 우크라이나 접경 도시인 벨고로드에서도 큰 폭발이 발생하자 러시아는 줄곧 우크라이나를 공습의 배후로 지목해왔지만 우크라이나는 이를 인정한 적이 없다. 특히 벨고로드의 경우 러시아 본토에 대한 공격인 만큼 우크라이나 군의 소행임이 공식적으로 드러날 경우 확전으로 비화할 우려가 제기된다.



해당 통화 영상은 러시아 국영언론에 의해 공개되었으며, 사칭을 한 이들은 러시아 국영 TV 채널 쇼프로 진행자였던 블라디미르 크라스노프와 알렉세이 스톨야로프로 알려졌다.

이들은 3월에도 데니스 슈미갈 우크라이나 총리를 사칭한 채 벤 월러스 영국 국방장관과 통화하며 국가안보 관련 정보를 유출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과거 엘튼 존, 해리 왕자,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등도 동일인물로부터 사기전화를 받았다. 외신은 이들의 배후에 러시아 정부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이날 벨고로드에서는 주거 지역에 이어 탄약고에서 잇단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뱌체스라프 글라드코프 벨고로드 주지사는 "벨고로드주의 한 탄약고가 우크라이나군의 포격을 받아 탄약이 폭발했다"고 밝혔으며 일부 아파트가 파손되고 미사일 파편이 학교 운동장에도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벨고로드주 북쪽에서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쿠르스크주에서도 변전소가 공격을 받아 2개 마을이 정전된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측은 벨고로드의 주거지 피해에 대해 "러시아가 하르키우를 향해 발사한 미사일이 잘못 떨어진 것"이라고 주장했으며 탄약고 폭발에 대해서는 아직 공식 입장을 내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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