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윤리위원회에 제소하자 국민의힘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 징계안’ 발의로 응수하면서 여야 정쟁이 ‘제소전’으로 번지고 있다. 이틀 새 발의된 국회의원 징계안만 7건이다. 국정감사를 통해 행정부를 견제해야 할 국회가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여야가 쏟아낸 징계안을 심의해야 할 국회 윤리위는 정작 구성도 되지 않은 상태여서 정치권이 윤리위를 정쟁의 도구로 남용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미애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14일 국회 의안과에 이 대표 징계안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가 방산 업체 주식을 보유한 채 국방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것이 이해 충돌 방지 의무 위반이라는 이유에서다. 이 대표 측은 전날 해당 주식을 전량 매도했다고 밝혔지만 김 대변인은 “주식을 매도했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된 것이 아니다”라며 강경한 자세를 보였다.
윤리위 제소전에 불을 지핀 것은 야권이다. 민주당은 전날 정 위원장을 품위 유지 위반 혐의로 제소했다. 한미일 연합훈련을 두고 벌어진 논쟁에서 식민 사관을 연상시키는 발언을 한 것이 ‘반헌법적 망언’이라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민주당은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특정 민주당 의원에게 이스타 항공 채용 비리 연루 의혹을 제기한 것을 문제 삼아 징계를 요구했다. 정의당도 권성동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국감장 발언이 부적절했다는 이유로 징계안을 발의했다.
국민의힘은 제1 야당 대표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는 것으로 맞불을 놓았다. 국민의힘은 김교흥·노웅래·주철현 민주당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더했다. 세 의원 모두 국감장에서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것이 사유다.
이날 정무위원회 국감에서는 윤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둘러싸고 여야 의원들이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윤 의원은 “야당의 징계안 발의 소식을 들었다. 매우 유감”이라며 “제가 공개한 증거는 상당한 신빙성을 갖춘 자료”라고 항변했다.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은 “(윤 의원은) 소명 의식을 가지고 국민을 위해 발언했던 것”이라며 “무조건 제소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윤 의원을 옹호했다. 반면 박재호 민주당 의원은 “여야 상호 간에 지켜야 할 예의가 있는데 확정되지 않은 사실을 함부로 이야기한 것은 문제”라고 반박했다.
정작 징계를 심의해야 할 국회 윤리위는 100일 넘게 개점휴업 상태다. 21대 국회 전반기 윤리위는 6월 30일 활동 기한이 연장되지 않아 해산됐다. 이후 후반기 원 구성 협상에서 윤리위는 새로 구성되지 않은 채 방치돼 있다. 윤리위의 공백이 길어지면서 그동안 발의된 29건의 징계안들은 무기한 표류 중이다.
윤리위가 구성된다고 해도 발의된 징계안이 실제 징계로 이어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20대 국회의 경우 총 47건의 징계안이 발의됐지만 실제 징계로 이어진 것은 단 한 건도 없다. 21대 국회에서는 5월 20일 김기현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에 대한 징계가 본회의에서 가결된 것이 전부다. 계류된 29건 가운데 25건은 윤리위에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상정된 4건(박덕흠·이상직·윤미향·성일종 의원 징계안) 역시 징계 논의를 위한 소위원회만 구성됐을 뿐 실질적인 심사는 전혀 진행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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