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상 북한군에 의해 피살당한 고(故) 이대준씨가 북한군에게 발견되기 전 외부 선박에 옮겨 탄 정황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군 당국이 확인한 배는 중국어선뿐이었는데, 관계 당국이 이를 알고도 정황을 분석하지 않았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14일 감사원이 전날 저녁 출입기자단에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국방부 등 관계기관은 2020년 9월 22일 오후 북한군에 발견된 이씨의 팔에 붕대가 감겨졌던 정황과 어떤 선박에 옮겨 탔던 정황, 최초 접촉시 월북 의사를 표현하지 않은 정황 등을 확인했음에도 이를 분석하지 않았다. 관계당국이 이런 정황을 알고도 무시하고 일관되게 ‘자진 월북’으로 대응했다는 것이 감사원 판단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당국은 같은 해 9월 28일 이씨가 입었던 구명조끼에 한자(漢字)가 쓰여 있었다는 사실도 인지했는데, 이를 발표내용에 반영하지 않았다. 해경 관계자는 당시 구명조끼에 한자가 적혔다는 자료를 보고하는 과정에서 김홍희 당시 해경청장이 “나는 안 본 것으로 하겠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해경은 3차 발표에서도 이씨가 ‘한자가 적힌 구명조끼’가 아닌 “B형 구명조끼를 착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했으며 감사원은 “해경은 국내에서 유통되는 한자가 적힌 구명조끼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근거를 바탕으로 감사원은 2020년 9월 21일 낮 이씨 실종 사실이 알려지고 다음 날 오후 북한군에 의해 발견된 사이 외부 선박과 접촉이 있었음을 뒷받침한다고 판단, 보도자료에 “어떤 선박에 옮겨 탔던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특히 감사원은 “이씨가 최초 실종된 때부터 발견될 때까지의 약 38시간 동안 북한이 주장하는 서해경비계선과 북방한계선(NLL) 사이 해역에서 군 당국에 의해 확인된 배는 ‘중국어선’뿐”이라면서 이씨가 실종 과정에서 중국어선에서 구명조끼를 얻어 착용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