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가족이 되는 이야기는 사람들 마음을 녹인다. 영화 ‘인생대사’는 2022년 웨이보 영화의 밤 올해 최고 인기작에 오르며 따뜻한 가족 이야기의 존재감을 여실히 드러냈다. 더불어 장례지도사라는 신선한 소재로 직업 철학과 사명감 그리고 가족을 넘어 인생까지 말한다.
영화 ‘인생대사’(감독 류장장)는 장례지도사인 모싼메이(주이룽)가 어린아이인 우샤오원(양언유) 외할머니의 장례를 맡으면서 그의 가족으로 거듭나는 이야기다. 우샤오원은 외할머니의 죽음을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어린아이였다. 할머니의 관을 들고나가는 모싼메이에게 그는 외할머니를 돌려달라며 소리를 지르고 방해한다. 우샤오원은 이후 혼자서 모싼메이의 가게까지 찾아오게 되고. 외할머니를 찾기 전까지 돌아가지 않겠다는데, 아이를 봐줄 가족이 선뜻 나타나지 않자 어쩔 수 없이 모싼메이는 우샤오원을 3일간 돌보기로 한다.
모싼메이는 어린 우샤오원과 함께 살면서 느끼는 바가 많다. 외할머니를 보고 싶어 하는 그에게 “하늘로 날아가서 별이 된 거야”라고 위로를 건네자 “우리 아빠는 별을 심는 사람이에요”라고 답하는 우샤오원. 그의 말에 다시 위로를 받는 모싼메이였다.
주인공이 장례지도사인 만큼 죽음에 대한 깊은 이야기도 다룬다. 모싼메이의 집안은 3대째 ‘천국으로’라는 이름의 장례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모싼메이의 아버지는 자신의 일에 대한 신념이 뚜렷하다. 아버지는 일을 하다 모싼메이의 형인, 둘째 아들까지 잃었다. 하지만 죽음은 누구에게나 오는, 인생에서 가장 큰일이기에 그 마무리를 함께 할 수 있는 자신의 일은 성인(聖人)의 마음을 갖고 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회적으로 가장 낮은 계층의 사람들이 하는 일이라는 편견에서 벗어나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자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라는 생각으로 사명감을 갖고 한평생 살아온 것이다. 모싼메이의 아버지는 그에게 가업을 물려주려 하지만 항상 진지하지 못한 태도로 일하고 감옥까지 다녀온 모싼메이가 영 미덥지 않았다. 그래서 그를 시험하고 자신의 신념을 일러주며 진정으로 가업을 받아들일 수 있게 한다.
모든 이야기를 말과 대사로 전하는 만큼 작품의 이야기 진행 속도는 굉장히 빠르다. 모싼메이가 우샤오원과 함께한 다양한 사건들, 두 인물이 쌓았을 유대감과 관계성을 러닝타임 안에서 가능한 한 많이 보여주고 이해할 수 있게 돕는다. 우샤오원이 외할머니를 찾아 달려가는 장면, 모싼메이가 사라진 우샤오원을 찾는 장면 등 긴박한 분위기를 드러내는 데에도 효과적이다.
다만 이야기와 감정을 곱씹으며 이해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게 느껴진다. 빠른 화면 전환과 함께 사용되는 BGM은 감정을 잡기도 전에 튀어나와 몰입을 방해한다. 슬픈 감정이 유발되는 장면에서 공통된 분위기의 음악이 쓰이는데, 이는 관객이 울 타이밍을 정해버려 정해진 감정 외의 것들을 느끼기 어렵게 한다.
성인 남성과 어린 여자아이가 만나 진정한 가족을 이룬다는 설정에서 영화 ‘버니드롭’(감독 다나카 히로유키)도 생각난다. 두 영화 모두 누군가의 죽음으로 남겨진 아이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서 친척들이 아이를 외면하는 모습을 목격하고, 이를 보다 못한 남자 주인공이 아이와 함께 지내게 된다. 아이는커녕 결혼도 하지 않은 주인공들이 어린 여자아이를 양육하면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겪게 되는 것. 친아버지가 아님에도 아이를 진심으로 받아들여 진정한 가족이 되는 이야기는 마음을 뭉클하게 한다.
아이가 단순히 어른의 성장과 깨달음에 이용된다고 느껴지는 장면들은 다소 아쉬웠다. 두 영화 모두 아이의 재롱잔치를 보며 부모의 감정을 느끼고, 감동해 눈물 흘리는 장면이 똑같이 표현된다. 2012년과 2022년이라는 10년의 시간차에도, 영화에서 자식에 대한 부모의 감정을 느끼게 하기 위해 같은 소재가 사용되었다는 점은 뻔한 전개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예상 가능한 이야기로 구성된 잔잔한 영화지만 순수한 아이들의 모습은 나도 모르게 미소 짓게 한다. 각자의 위치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 나가는 모든 성인(聖人)들이 이 영화로 위로받을 수 있기를.
■시식평 ? 순수한 아이의 시선으로 삶과 죽음을 아우르는 영화 “우리 아빠는 별을 심는 사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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