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중국인 여성을 납치해 성범죄를 저지른 중국인 불법체류자 2명이 각각 징역 12년과 10년을 최종 선고받았다.
16일 뉴스1 등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대법원은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특수강도·유사강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중국인 남성 A씨(42)와 B씨(35)에게 각각 징역 12년과 징역 1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중국인 불법체류자인 A씨와 B씨는 지난해 9월 18일 오전 6시 40분께 제주시의 한 마트 앞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40대 중국인 여성 C씨를 납치했다. C씨도 불법체류 신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은 A씨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C씨의 불법체류 사실을 지인으로부터 전해 들은 A씨는 B씨에게 납치를 도와달라고 했다. B씨는 별다른 문제제기 없이 동의했다.
일당은 승합차를 몰고 C씨의 주거지 주변으로 가 C씨가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C씨가 나오자 두 사람은 사전에 모의한 대로 C씨를 강제로 승합차에 밀어 넣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법무부에서 체포하러 왔다”며 주출입국·외국인청 공무원을 사칭하는 대담함을 보였다.
당시 상황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면, A씨가 C씨를 붙든 사이 B씨가 승합차 문을 열었다. A씨 일당은 완력을 이용해 거부하는 C씨를 차 안으로 밀어 넣었다. 이들 모두 검은 계열의 옷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이후 A씨는 인적이 드문 곳을 찾아 승합차를 몰았고, B씨는 뒷좌석에서 C씨를 주먹으로 무차별 폭행했다. C씨는 차 안에 있던 줄로 포박된 상태였다.
A씨 일당은 C씨를 협박해 C씨의 주거지 현관문 비밀번호를 알아낸 뒤, 수납장에서 현금 225만 원을 훔쳤다.
일당은 C씨가 경찰에 신고할 수 없도록 협박했다. C씨를 유사강간·강제추행한 장면을 휴대전화로 불법 촬영해 협박에 이용했다. 경찰에 피해사실을 알리거나 매달 50만원을 보내지 않으면 유포하겠다고 했다. C씨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납치·감금된 지 2시간 만에 겨우 풀려났다.
C씨는 자신의 불법체류자 신분이 드러날까 전전긍긍하다 용기를 냈고 같은 달 30일 A씨 일당의 범행을 경찰에 신고했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사흘 만인 그해 10월 3일 A씨와 B씨를 각각 제주시, 서귀포시에서 체포했다. A씨는 검거 당시 도주를 시도하기도 했다.
A씨와 B씨는 서로의 탓을 하며 범행을 부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B가 자발적으로 범행에 가담한 것”이라고 주장했고, B씨는 “A의 부탁에 마지못해 범행에 가담한 것일 뿐 A가 성행위까지 할 줄은 몰랐다”고 맞섰다.
지난 4월 1심 재판부는 “극히 흉악한 범행”이라며 A씨에게 징역 12년, B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하고 10년 간의 신상정보 공개·고지, 5년 간의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인 복지시설 취업 제한을 명했다. 이후 A씨와 B씨, 검찰이 모두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원심의 형량이 너무 가볍거나 무거워 보이지 않는다”며 모두 기각했다.
A씨는 상고했으나 대법원이 기각 판결을 내리면서 A씨의 형량은 징역 12년, B씨의 형량은 징역 10년으로 최종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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